[수마가 할퀸 지리산]참사현장…대원사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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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곳에서 가장 많은 30여명의 희생자를 낸 경남산청군삼장면유평리 지리산 대원사 일주문 근처계곡 곳곳에는 2일 뒤엉킨 텐트와 버너.코펠 등이 나뒹굴고 있었고 3~4m 높이의 나뭇가지에 옷가지가 걸려 있었다.

또 2백m쯤 윗쪽 유평마을 입구 다리에는 상류에서 떠내려 온 소나타승용차가 휴지조각처럼 찌그러진 채 처참하게 걸려 있었다.

마치 폭포소리를 연상케 할 정도로 물이 불어난 대원사계곡에는 구조대원들이 시신 수색작업을 엄두도 못낸 채 황토에 휩싸인 바위틈등을 뒤지고 있는 119구조 대원들의 모습만 곳곳에서 보였다.

1일새벽 대원사 근처에서 야영중 부인 (31) 과.아들 (6) 을 잃은 권기성 (38.김해시상동면매리) 씨는 "텐트안에서 가족과 함께 단잠을 자던 야영객 수십여명이 물에 떠내려 가면서 '살려달라' 고 고함쳤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며 악몽같던 당시 생각에 몸서리를 쳤다.

대원사 계곡에서 시작돼 하동군옥종면.진주시수곡면을 거쳐 진주시판문동 진양호까지 이어 지는 길이 40㎞쯤 되는 덕천강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곳에는 상류에서 떠내려온 텐트.옷가지등이 수풀사이에 어지럽게 걸려 있었고 강옆을 따라 나있는 도로는 곳곳이 무너지고 산사태로 인한 바위.흙더미등이 널려 있어 마치 폭격을 맞은 듯한 모습이었다.

특히 덕천강변에는 2일 오후 수많은 유가족들이 막대기등을 들고 나타나 강바닥을 일일히 뒤지며 실종자들을 찾는 작업을 벌였다.

이들 유가족중 50여명은 망원경을 갖추고 진주시수곡면원외리 창촌교 위에 앉아서 황토색 흙탕물을 쳐다 보며 대원사 계곡등 상류지역에서 실종된 사람들의 시신등이 떠내려 오는 지를 일일히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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