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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백악관의 맛'… 25년 근무 디저트 요리사 퇴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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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5년간 미 백악관의 디저트(후식) 전문 요리사로 일해온 롤랑 메스니에(60.사진)가 30일 퇴임한다.

1979년 로절린 카터 여사에게 스카우트 돼 백악관에 들어간 그는 예술적인 맛과 모양을 지닌 디저트로 자신의 재직 기간 백악관을 거쳐간 지미 카터.로널드 레이건.조지 부시(아버지).빌 클린턴.조지 부시(아들) 등 역대 대통령 다섯명 모두를 '디저트 애호가'로 만들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는 똑같은 디저트를 두번 내놓은 적이 없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라면서 "종종 그의 디저트가 외교적인 갈등 상황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고 평했다.

사실 메스니에의 '외교적 수완'은 백악관 국빈 만찬 때마다 유감없이 발휘되곤 했다. 지난해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그는 케냐가 대표적인 커피 산지임을 고려해 디저트로 커피 아이스크림과 커피 가는 기계 모양의 초컬릿을 대접했다. 영국 여왕을 위해서는 우아한 마차 모양의 초컬릿을, 필리핀 대통령에겐 필리핀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망고맛의 셔벗을 만들어줬다.

이처럼 창의적인 디저트를 만드느라 메스니에는 하루 평균 15시간씩 백악관의 1.2층 사이에 자리잡은 협소한 주방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는 해마다 13만5000개의 쿠키를 만들어야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를 7월에 시작할 만큼 성실했다.

프랑스 출신인 메스니에는 12세 때 제과점에 견습생으로 들어간 뒤 독일과 영국에서의 훈련을 거쳐 파리 조르주Ⅴ호텔의 제빵사가 됐다. 미국에 건너간 뒤 버지니아주 핫스프링스의 홈스테드 리조트에서 일하다 백악관에 들어갔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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