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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결사'기치 높이든 일본 오부치 내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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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오부치 (小淵) 내각은 일단 가장 큰 현안인 경제위기 해결에 무게를 둔 인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에 과감한 발탁인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 (非) 경제부처 인선에는 파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파벌안배와 발탁인사를 혼합한 절충형 내각이 됐다.

크게 보면 경제분야는 총리출신 미야자와 대장상에게 맡기고 외교.안보는 오부치 총리가 직접 챙기는 구도로 짜였다.

사실상 오부치 - 미야자와의 쌍두마차 내각이라 할 수 있다.

미야자와 대장상이 고령인 점을 감안, 국회 답변이나 국제회의 참석 등 실무를 보좌하기 위해 과학기술청 장관을 역임한 다니가키 사다카즈 (谷垣禎一) 를 대장성 정무차관으로 배치했다.

또 경제평론가 사카이야 다이치 (堺屋太一) 를 경제기획청 장관으로 임명, 관료주도의 경제정책에서 전환을 시사했다.

'미야자와 경제팀' 이 금명간 발표할 새로운 정책에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울러 새 팀의 성패는 정치권 족 (族) 의원들의 저항을 누르고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게 일본 국내외의 지적이다.

오부치 총리는 자파 출신 고무라 마사히코 (高村正彦.55) 를 외상에 임명,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중요 외교현안에는 오부치 총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내각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오부치 총리가 직접 발탁한 4명.

미야자와 대장상과 사카이야 다이치 경제기획청 장관을 비롯해 ^도쿄대 학장 출신으로 참의원 초선의원인 아리마 아키토 (有馬朗人) 문부성 장관^역대 최연소 각료인 재선의원 노다 세이코 (野田聖子.38.女) 우정성 장관 등이다.

이들이 파벌과 다선위주의 관행을 깬 참신한 인사로 평가된다.

야당은 참의원 선거패배와 총재경선을 둘러싸고 자민당의 분열을 기대했지만 일단 실패로 돌아갔다.

야당의 공동지지를 끌어낸 간 나오토 (菅直人) 민주당 대표가 참의원에서 총리로 지명됐지만 중의원 과반수를 차지한 자민당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차기정권이 비자민 연립으로 구성될 경우 공산당이 연립정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고, 공명당이 자민당 대신 예상외로 간후보를 총리로 밀어 자민당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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