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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살인공포…철로 고의훼손 이어'청산가리 카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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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쿄 = 이철호 특파원]옴진리교의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 이후 잠잠해지는 듯했던 독극물 사건이 다시 발생, 일본 열도가 또다시 발칵 뒤집혔다.

특히 불특정 다수에 대한 무차별 살인을 노리는 이런 유형의 범죄가 국민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음에도 얼굴 없는 범인을 추적중인 일본경찰은 구체적인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25일 밤 와카야마 (和歌山) 현 와카야마시 주택가 빈터에서 열린 자치회 주최 여름축제에서 카레라이스를 먹은 주민 60여명이 구토와 복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자치회장.초등학생 등을 포함한 4명이 숨졌다.

사건 발생 직후 병원측은 집단 식중독 사고로 잘못 판단, 6시간 이상 응급조치를 미루는 바람에 희생자가 더욱 늘어났다.

사망자 부검 결과 위에서 혈액에 응고된 청산화합물이 검출됐으며 남은 카레에서도 같은 독극물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 조사결과 자치회원 20여명이 25일 오전 차고와 회원집에서 3개의 대형 냄비에 카레를 끓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중 차고에서 끓인 카레에만 청산가리 성분이 검출됐다.

주민들은 "최근 자치회가 쓰레기 수거와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하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자치회장 집으로 협박전화를 자주 걸어왔다" 고 제보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일본 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로 일제히 보도했으며 방송들도 주요 뉴스로 앞다퉈 다루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30일 오전 4시쯤 일본 신칸센 (新幹線) 의 기후 (岐阜) 현 하행선 곡선구간에서 선로점검원들이 철도침목의 볼트 25개가 빠진 사실을 발견, 신칸센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 역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 대량 살인을 도모한 범죄였다는 점에서 당시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JR도카이 (東海) 측은 "신칸센이 시속 2백㎞ 이상으로 달리는데다 볼트가 빠진 곳이 커브지점이어서 선로점검원들이 발견하지 않았으면 대량참사를 피할수 없었다" 고 밝혔다.

경찰은 부근의 높이 1.8m 철조망에도 구멍이 뚫려 있어 대형 열차사고를 노린 의도적 범행으로 보고 수사를 펴고 있으나 범인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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