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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까지 불밝히던 학원, 밤 10시 되자 OF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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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일 오후 10시 학원이 빽빽이 들어서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네거리 주변. 조용하던 거리가 갑자기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 학생과 마중 나온 학부모 차량들로 붐볐다. J여고 2학년 정혜정(17)양은 “지난달까지는 밤 11시 지나서도 학원수업을 들었는데 단속이 시작되면서 요즘은 1시간 일찍 끝난다”며 “선생님한테 질문할 시간이 부족해져 다소 불편하다”고 말했다.

강남교육청 직원들이 7일 오후 10시40분쯤 불이 꺼진 채 문이 닫힌 서울 대치동의 한 수학학원을 방문해 심야 교습 시간 위반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오후 10시10분. 강남교육청 송기철 계장 등 단속반원 6명은 2명씩 3개 조로 나뉘어 은마네거리·대치역네거리·한티역 주변의 학원들을 찾아 심야교습 여부를 점검했다. 대부분의 학원들이 오후 10시 이후 단속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서둘러 문을 닫은 탓인지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몇몇 강사들은 남아서 다음날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고, 교습시간 단속에 따른 대책회의를 하는 곳도 있었다. 오후 10시30분쯤, 학원 강의실의 불은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학원 밀집 지역인 서울 목동과 중계동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나타났다. 평소 자정까지 환했던 학원가가 깜깜해진 것이다.

단속을 하던 강남교육청 송 계장은 “하룻밤에 보통 40~50군데를 점검할 수 있다”며 “단속 사실이 알려지자 대부분 학원들이 오후 10시 규정을 지키고 있어 적발되는 곳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수학전문 T학원 대표는 “‘기말고사 기간인데 갑자기 수업시간을 줄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많았다”며 “안 그래도 불경기인데 학원 운영이 당분간 위축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목동 C학원 강사 서모씨는 “학원 수요는 넘치는데 공급을 통제하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며 “학원교습 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자율 영업권을 침해하는 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학파라치제’가 전격 시행되자 교육과학기술부와 전국 교육청에는 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 홈페이지의 ‘학원비 신고센터’를 통해 7일 하루 동안 신고된 건수가 30여 건으로 집계됐다”며 “그동안은 학원비 부당 징수에 대한 신고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거의 무등록 학원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신고 포상금제에 따라 무등록 학원·교습소를 신고하면 50만원, 학원비 초과 징수와 교습시간 위반은 30만원, 불법고액과외 교습소는 200만원을 받게 된다.

강남교육청 유상천 평생교육체육과장은 “30여 건의 문의 전화 중 사람을 고용해 학파라치 사업을 벌이겠다는 전직 학원장도 있었다”며 “교습시간 위반이나 편법운영 학원은 경고·영업정지·등록말소 등의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지역교육청은 학파라치제에 대한 내용을 잘 몰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서울의 한 지역교육청 담당 과장은 “언론 발표 내용을 검토하며 공문이 내려오기를 기다렸으나 공식적인 통보가 없어 직원들이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김경원·하태현 인턴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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