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학교’ 전국 457개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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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여름방학 중 영어 캠프를 열고, 맞춤형 학습 상담도 해줄 계획입니다. 학생을 학원에 빼앗기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서울 대치동에 있는 대청중학교 박종우 교장은 7일 ‘사교육 줄이기’ 계획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변에 학원이 즐비한 대청중의 사교육 의존도는 높다. 학교 자체 조사 결과 1~3학년의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액은 96만2000원이나 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초·중·고생 월평균 사교육비 23만3000원(2008년 기준)의 네 배나 되는 것이다. 박 교장은 “겨울방학 때 방과 후 학교 참여율이 5%에 그칠 정도로 대부분의 학생이 학원을 다녔다”며 “영어캠프와 수준별 수업 등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학교 안에서 교육을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당장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 개인의 사교육비를 매년 20만원씩 줄여 3년 후엔 50만원대로 낮추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청중처럼 ‘사교육 줄이기’ 시범학교가 이달 말부터 전국에 457개 운영된다. 학교장이 열성적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해 학원으로 달려가는 학생의 80% 이상을 학교로 되돌린 서울 덕성여중 같은 ‘사교육 없는 학교’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시범학교로 지정된 곳은 초등 160곳, 중학교 142곳, 고교 155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90곳으로 가장 많고 서울 64곳, 부산 34곳, 전북 31곳 등이다. 이들 학교에는 자율학교로 지정돼 정규 교육과정 편성과 수준별 수업,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자율 운영권이 부여된다. 매년 학교당 1억3000만원씩 총 600억원의 정부 예산이 3년간 지원된다. 대상 학교는 학생들의 교육비를 첫해에는 현재보다 20%, 2년째는 40%, 3년째는 50%를 줄여야 한다. 교과부 노경원 사교육대책팀장은 “학생·학부모·교직원을 대상으로 만족도와 사교육비 지출 실태를 매년 조사해 성과를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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