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금강산 관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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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예부터 동의 금강, 서의 구월, 남의 지리, 북의 묘향산은 '4대 명산 (名山)' 으로 불렸다.

한데 이들 산에서 두루 살아본 조선조 중엽의 서산대사 (西山大師) 는 4대 명산을 비교해 이렇게 평했다고 전해진다.

금강산은 수려하되 장엄하지 않고, 지리산은 장엄하되 수려하지 않으며, 구월산은 수려하지도 장엄하지도 않고, 묘향산은 수려하되 또한 장엄하다는 것이다.

그가묘향산에서 입적 (入寂) 했음을 감안한다면 묘향산에 특히 애착을 느꼈을까. 하지만 아무리 명산이라도 그 느낌이 사람마다 모두 똑같을 수는 없다.

수려한 면만 좋아할 수도, 장엄한 면만 좋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중환 (李重煥) 은 '택리지 (擇里志)' 에서 '12대 명산' 으로 4대 명산중 구월산을 제외한 3개의 산과 설악.오대.태백.소백.속리.덕유.칠보.가야.청량산을 꼽으면서 명산의 개념은 흔히 산의 생김새나 정기 (精氣)가 기준이 된다고 했다.

구월산에 대해서는 이중환도 서산대사와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남쪽에 사는 사람들이 특히 금강산에 강한 애착을 느끼는 것은 눈에 잡힐 듯 지척에 있으면서도 오랜 세월동안 '그림의 떡' 이었던 북쪽의 대표적 명산이라는 점 외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장엄' 보다는 '수려' 를 선호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좋아하는 산' 에 대한 설문조사에 설악산이 항상 지리산을 앞지르고 있음이 좋은 예다.

한데지난 91년 가을 산림청 임업연구원이 전국 등산객 2천여명을 대상으로 산 찾는 즐거움을 돈으로 환산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었다.

이에 따르면 설악산은 29만2천여원, 지리산은 4만4천여원, 속리산은 3만4천여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렇다면 금강산 관광의 즐거움에다 관광 외적 (外的) 인 요소까지 합쳐 돈으로 환산한다면 그 액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금강산 관광을 추진중인 현대그룹에 따르면 그 관광비용은 1백88만여원 쯤 된다고 한다.

IMF 경제불황을 감안해 1천달러 (1백30만원 안팎) 선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해도 역시 만만치 않은 액수다.

하지만 더 많은 경비가 든다고 해도 실향민들에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고향 찾는 즐거움이 있을 터인즉 아직도 경제문제보다는 분단의 현실이 더욱 아프고 절실한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는 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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