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미국 마가렛 조지 장편완간 '클레오파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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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동양에 양귀비가 있다면 서양에는 클레오파트라가 있다.

재색 (才色) 을 겸비한 뛰어난 여성으로 당대의 영웅들을 마음대로 주무른 사람. 그래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높았더라면 인류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는 말도 지금껏 회자되고 있다.

그렇다면 클레오파트라는 과연 성적 매력이라는 무기 하나로 남자들을 홀린 요부 (妖婦)에 불과한가. 미국의 저명한 소설가 마가렛 조지의 대답은 단연 '노' 다.

최근 5권으로 완간된 장편 대하소설 '클레오파트라' 에서 작가는 오히려 전략가.정치가로서의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을 새롭게 되살려내고 있다 (미래M&B刊) . 소설의 기둥 줄거리는 17세의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라 39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기까지의 클레오파트라의 파란만장한 일생. 여기까지는 클레오파트라를 다룬 기존의 소설.전기물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작가는 한 걸음 더 나가 로마라는 초강대국의 그늘 아래 있던 조국 이집트의 옛 영화를 되찾으려고 혼신을 다했던 클레오파트라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로마의 강력한 세계 정복 야망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간 주변국가와는 달리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와 주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타고난 지략과 용기로 약소국 이집트를 슬기롭게 통치했다는 것. 카이사르.안토니우스 등 로마 실력자들의 세력관계를 이용해 이집트의 독립을 유지하면서도 실리를 취하는 여장부의 모습이 부각된다.

이른바 이이제이 (以夷制夷) 전술을 클레오파트라가 극명하게 구현했다는 입장이다. 작가는 이같은 생각을 상상의 차원이 아닌 역사적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카이사르의 '내란기' ,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캠브리지 고대사' 등 고대와 현대의 관련 자료도 방대하게 섭렵했다.

때문에 이 소설은 숱한 염문으로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섹스 심벌' 로 고착된 클레오파트라를 역사 속의 당당한 인물로 바로잡아주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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