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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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생과부 위자료 청구 소송' 은 제목에 영화의 스토리가 거의 다 들어 있다.

회사 일에 치여 남편이 잠자리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과부' 신세나 다름 없이 된 어느 아낙이 정신적인 피해를 보상 해 달라고 법정에 호소한다는 그런 얘기. 게다가 피고는 남편이 아니라 남편이 다니는 기업체다.

현실에선 일어날 법하지 않은 설정이지만 그래서 더 코미디물로는 안성맞춤인 소재로 채택됐는지 모른다. 황신혜와 문성근이 '문제 부부' 로, 심혜진과 안성기가 각각 원고와 피고를 대리하는 '부부 변호사' 로 나온다.

강우석감독은 '신문윤리강령' 상 차마 젊잖은 지면에 옮기기엔 낯뜨거운, 성적 농담들과 육두문자.내밀한 침실이야기들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우디 알렌의 '부부일기' 처럼 일부일처제의 딜레마나 남녀간의 심리나 애정관 차이를 천착해 들어가는 지적인 코미디는 당연히 아니다.

강감독은 술자리에서의 음담패설 수준의 대사들을 늘어놓으면서 관객들의 귀를 끌어당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현실비판' 적 요소를 추가하기로 작정한다. 그래서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의 한탄과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내는' 대기업의 비인간적인 처사를 비판하는 일장 연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이를테면 '눈물 있는 웃음' '가슴 찡한 코미디' 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 (精緻) 한 현실 분석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두 마리 토끼' 를 하나의 덫에 잡아들이기는 역부족이다.

이 영화에서 보이는 부부문제나 대기업에 대한 비판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수준이다.

새로움이 없다. 채플린의 코미디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분석은 과학을 낳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머를 낳는다.

'길다란 막대기 두 개를 박아놓고 다 큰 어른들이 서로 공을 빼앗으려고 다투는 것' 이 럭비라는 식으로, 현실을 제대로 해체하면 기대치 않았던 기발한 웃음들이 얼마나 무궁하게 솟아나는가 말이다.

8월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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