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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부농됐다]14.축산전업 양축가 박정훈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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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남함양군함양읍이은리에서 양돈업을 하고 있는 박정훈 (朴正薰.30) 씨는 'X세대 귀농자' 로 불리운다.

대부분의 귀농자들이 40~50대지만 朴씨는 2년전 농촌으로 들어올때 28세였기 때문. 그것도 도시를 피해온 것이 아니라 붙잡는 손길을 뿌리치고 제발로 찾아온 농촌이었다.

귀농 2년만에 부모님이 기르던 돼지 1백여 마리를 8백여마리로 늘렸고 올 매출이 7천여만원에 달할 정도로 그의 귀농은 성공적이었다.

고향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朴씨는 군복무를 끝내고 93년 5월부터 인천의 삼익악기 직업 훈련소 과정 (6개월) 을 거쳐 전자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디지털 피아노.대형 앰프.믹스기 등의 회로도를 설계하면서 자신의 손을 거친 악기들이 내는 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 들었다.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고 보람도 느꼈던 그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부모님에 대한 효도 때문이었다.

외아들인 朴씨는 고향에 두고온 부모님이 항상 마음에 걸려 94년 결혼때도 아내 여윤정 (呂允禎.28) 씨에게 "도시생활을 빨리 끝내고 부모님곁으로 갈수 있느냐" 고 다짐을 받았을 정도. 96년 5월 지금은 부도났지만 그때만 해도 탄탄하던 회사를 그만두고 아내를 설득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에는 아버지 (朴成雄.57.함양군 축산계장)가 1천4백여평의 사과 과수원 한켠에 마련한 돈사에서 기르던 어미돼지 20마리 등 1백여마리의 돼지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朴씨는 진주농대 수의과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돼지 사육기술을 배우는 한편 경기도 이천의 도드람 농사문화재단 양돈 연수원과 진주산업대 양돈 교육과정 등을 이수하면서 6개월 동안 '돼지공부' 를 했다.

96년말 경남도의 축산기금 1억2천만원과 퇴직금등을 합친 1억5천만원으로 1백평짜리 돈사 4동을 새로 지었다.

그는 틈틈히 경남도내 모범 양돈농가를 돌아 다니면서 양돈업의 승부는 증체율 (增體率) 을 높이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돼지먹이를 1백% 배합사료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같은 무게의 돼지를 생산하는데 사료값을 적게 들이는 길만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죠" 요크샤.바크샤.렌드 레이스 등 5종의 돼지에게 서로 다른 회사사료를 먹이면서 증체율을 조사하여 품종에 맞는 사료를 찾아냈다.

이같은 노력끝에 현재 대부분의 양돈 농가들은 수출 규격돈 (1백5~1백15㎏) 으로 키우는데 1백80일정도 걸리지만 朴씨는 1백75일 정도로 줄였다.

朴씨는 앞으로 1백65일까지 줄일 계획. 모든 돼지는 태어나는 날부터 朴씨의 컴퓨터에 등록돼 이유.교배.임신.출산 등의 날짜가 철저하게 관리 된다.

또 朴씨는 전국의 종돈장을 돌아다니며 확보한 우수한 4마리의 종돈을 갖고 수정율도 높고 수정비 (1만원) 도 안드는 자연교배를 시키고 있다.

朴씨는 지난 97년 7~8개월짜리 암퇘지를 매달 10여마리씩 사들여 자연교배로 마리수를 늘려왔다.

이 결과 올초부터 30여마리씩 출하를 시작, 이달에는 60여마리로 늘렸으며 올해말에는 2백~3백마리를 출하할 예정. 마리당 18~19만원인 현 시세로 따져 7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사료값.주사약 값 등을 빼면 올 순수익은 2천여만원선. 朴씨는 2년후에는 매달 1천8백여마리를 출하시킬 목표인데, 요즘시세로 연간 매출이 40여억원, 순수익 7~8억원이 된다.

朴씨는 "귀농을 결심했다면 하루라도 빨리 내려와서 노력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농촌" 이라고 강조했다.

연락처 0597 - 63 - 3757.

함양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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