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뭍까지 따라온 죽음의 공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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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18면

남아메리카 대륙의 남쪽 끝,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해변. 평화롭던 바닷가에 한순간 삶과 죽음을 가르는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범고래가 물개를 잡아먹기 위해 차가운 바닷물을 가르고 있습니다. 가장 난폭한 바다의 약탈자로 알려진 범고래는 해안의 얕은 물에서도 거대한 몸집을 능숙하게 움직이며 사냥감을 향해 돌진합니다. 하지만 물개가 먼저 모래밭에 도착합니다. 최후의 순간 범고래는 몸을 솟구치며 먹잇감을 덮쳐 보지만 물개는 필사적으로 해변을 빠져나갑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범고래의 물개 사냥

1 물속에서 솟은 범고래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물개. 2 물개가 모래밭을 구르며 처절한 비명을 지른다. 3 간발의 차이로 포식자를 피한 물개.

극적인 사진을 촬영한 사람은 사진가이자 환경보호론자인 롭 로트(Rob Lott)입니다. 지난 3월 촬영된 사진은 6월 30일 언론에 제공됐습니다. 연속으로 촬영된 사진들은 7월 1일부터 영국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을 비롯해 세계의 여러 매체에 실렸습니다. 롭은 범고래의 사냥 습성을 연구하기 위해 한 달간 파타고니아 해변에서 관찰 활동을 벌이던 중 보기 힘든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모두 18마리의 범고래가 이 바닷가에 사는데 7마리만 물개를 얕은 곳으로 몰고 가 사냥하는 방법을 터득하더군요.”

범고래는 가장 덩치가 큰 돌고랫과의 포유류입니다. 다 자라면 무게는 10t에 이르고 길이도 8m가 넘습니다. 주로 물고기나 오징어를 먹지만 웬만큼 큰 바다 생물도 이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운명을 피하기 힘듭니다. 범고래 한 마리의 위에서 60마리의 물개 새끼가 나온 기록도 있습니다. 등은 검고, 배는 희며, 눈 위와 지느러미에 흰 반점이 있습니다. 배 뒤쪽에는 뚜렷한 흰 물결 무늬도 있습니다. 난폭한 성격이지만 지능이 높아 잘 길들이면 여러 가지 재주를 부리기도 합니다.

글 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사진 barcroftmedia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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