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대란에 급해진 여야, 비정규직 극적 타협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승수 국무총리(右)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한 총리는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김형수 기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주말인 4일 비정규직법 협상을 위해 만난다. 1일 법 시행으로 비정규직의 해고 대란이 현실화됨에 따라 회담 수준이 여야 간사 간의 ‘5인 연석회의’에서 원내대표급으로 격상된 것이다. 그런 만큼 비정규직법의 유예 기간에 대한 극적 타결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디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이 제안한 양당 정책위의장-문방위 간사 간 4자회담을 민주당이 수용하긴 했지만 안상수 원내대표는 3일 “민주당이 ‘6월 국회’ 표결 처리를 약속하지 않는 한 회담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정규직법 유예 극적 타결될까=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4일 회담에서 ‘1년6개월 시행 유예안’을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급한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 1년6개월도 고집할 생각이 없다”며 추가 양보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의 6개월 유예안과 (한나라당·자유선진당·친박연대의 합의안인) 1년6개월 안 사이에서 절충해 비정규직을 보호하고 법을 근본적으로 보완하는 쪽으로 타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박희태 당 대표까지 “상임위 레벨에서 한 단계 높여 원내대표가 협상의 전면에 나섰는데 안 되면 (내가) 당 대표로서 나서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법 재협상 움직임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이날 “올해 말까지 법을 6개월 유예하고 9월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 전환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자”면서 협상의 여지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은 전날까지 “더 이상 유예 협상은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여당인 한나라당으로서도 비정규직 실업자가 추가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손을 놓고 있느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4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적극적인 여당에 비해 민주당은 여전히 협상에 소극적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기자들이 4일 회담 전망을 묻자 “만나자고 하니까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재윤 국회 환경노동위 간사는 “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유예보다는 근본적 해결 방안을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며 “한나라당이 상임위 일방 상정에 대해 사과하지 않으면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낸 데 이어 이날은 “상임위 개회 요구를 12차례 거부하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며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미디어법, 시간 끌기 협상 안 한다”=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나라당이 제안한 미디어법 4자회담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 두고 4자회담에서 논의하겠다”며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 통과를 위한 명분 쌓기용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문방위 회의장을 가로막고 상임위 논의를 거부해 온 민주당이 4자회담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선 것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여당의 강행 처리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이번 회기 내 미디어법 처리 약속이 전제되지 않은 4자회담은 시간끌기용이라면서 거부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월 합의문대로 표결 처리 약속이 없는 회담은 미디어법을 9월 국회로 넘기려는 민주당의 지연전술”이라며 “4자든, 6자든 어떤 회담에도 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정효식·백일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