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16일간 집단휴가 … 울산이 텅 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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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올여름 반달이 넘는 긴 여름 집단휴가를 즐기게 된다. 25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무려 16일간이다. 현대자동차나 현대미포조선 등 울산 지역의 대다수 업체(8월 1~9일)보다 일주일이나 길다. 이 회사 창립 이래 휴가가 가장 길었던 지난해(12일간)보다 4일 늘어났다.

7~8월 두 달간만 놓고 보면 출근 일수는 34일. 총 62일에서 16일간의 휴가, 휴가와 겹치지 않는 토·일요일(12일)을 뺀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두 달치 봉급에 통상 임금의 50%(평균 150만원)의 여름휴가비까지 받는다.

현대중공업의 휴가가 16일간이 된 것은 지난해 단체협상 때 노사가 “띄엄뛰엄 놀면 쉬는 것 같지도 않고 생산성만 떨어뜨린다”며 몰아 일하고 몰아 쉬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현대중공업도 다른 업체들처럼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면 그 이튿날인 월요일도 쉬는 ‘중복휴일제’였는데 이를 여름휴가 때 몰아 쉬는 ‘집중휴가제’로 바꾼 것이다. 대신 집중휴가 일수도 사흘간으로 고정하고 회사가 특별휴가 하루를 더 얹어 주기로 했다.

그 덕분에 현대중공업도 본래의 여름 집단휴가는 다른 업체들처럼 9일(5일간 정기휴가+앞뒤 토·일요일)뿐이었지만 집중휴가(3일)+특별휴가(1일)에다 휴가 시작일을 7월 25일로 앞당김으로써 28일인 노조 창립기념일 하루를 추가했고, 그에 따라 주말이 한 번 더 오면서 온전히 일주일이 늘어나게 됐다.

한편 현대중공업이 집단휴가에 들어가는 25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울산은 도심과 공단 지대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텅 비는 여름 바캉스에 돌입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용수 홍보부장은 “지난해까지는 여름 휴가 기간에도 주문량이 넘쳐 사내 협력업체를 포함해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특근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필수 관리·경비 인력만 남기고 공장을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이 가동을 멈추면 임직원 2만5000명에 울산시내 950여 개 협력업체 8만2000여 명과 가족을 포함해 울산 시민 40여만 명이 휴가를 떠나게 된다. 특히 다음 달 1~9일은 현대자동차 및 납품업체 가족 35만 명, 미포조선 2만2000명까지 가세해 110만 명의 울산 시민 가운데 휴가 대열에 합류하는 숫자만 80만 명(73%)에 이를 전망이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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