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무인 정강우씨 '얼씨구,좋다' 엮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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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소리로 사는 세상이야. 암 그렇고 말구. 원망은 소리 속에 묻어두고 기쁨은 소리의 닻을 달아 창파에 띄우지. 탄생의 울음에서 먼길 가는 곡소리까지…. 소리는 바로 우리의 인생길이야. 무당에서 작가로 그리고 배우로 연출가로 변신을 거듭해 온 무인 정강우씨가 소리의 깊은 이야기를 질펀한 가락으로 엮어낸 '얼씨구, 좋다' 를 펴냈다 (현암사刊) .

이 책은 단군시대부터 대물림해 내려온 견우.직녀 이야기 '칠성무가' 에서부터 조선시대 민중의 해학이 담긴 판소리 '변강쇠' 까지 시대를 가로지르는 우리 소리들을 걸쭉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분석하고 그의 고집까지 내세운다.

그것도 모잘라 그가 직접 불러재끼는 '성조풀이' , '동살풀이 산맞이 ' 등 16곡이 담긴 CD도 함께 내놓았다.

책 서두에서 그는 소리에 무한한 힘이 있음을 강조한다.

백제의 마동이 신라의 선화공주를 맞아들이기 위해 퍼뜨려 그녀를 차지하게 만든 '서동요' 도 소리요, 한나라 유방이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군사를 구한 것도 소리였다는 것. 이처럼 저자는 소리의 중요성을 내세우면서 무당의 끼에다 민속학자적 관점을 보태 우리 소리의 뿌리와 역할을 풀어내고 있어 책속에서 소리의 맛과 그 의의를 함께 찾을 수 있다.

그는 우리 소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야한 이야기와 사랑의 소리에 대해서도 일가견을 펼친다.

대표적인 것이 옹녀와 변강쇠의 소리. "쿵더쿵 쿵더쿵 잘 찧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잘 찧는다 (중략) 고추방아 이 방아 저 방아 다 제쳐놓고…. " 그는 이같은 모든 소리들을 태어나 사랑하고 죽는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이라 한다.

그리고 저자는 쇠심줄보다 질긴 생명력을 지닌 것이 소리라 하고 앞으로도 영원히 끊이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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