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입양아 20년만에 극적 모친 상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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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은선아 미안하다…. 이 못난 엄마를 용서해 다오. " "엄마, 괜찮아요. 이렇게 다시 뵙게 된 것만도 어딘데요. " 일곱살 때인 84년 남동생과 함께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鄭은선 (25.프랑스 이름 안느소피 모르세.소르본대 경제4) 씨가 14일 오후 2시 전북대 회의실에서 어머니 廉명희 (52.경기도수원시교동) 씨와 20년만에 극적으로 상봉했다.

어머니 廉씨는 "눈과 입이 돌아간 남편과 꼭 닮은 게 은선이가 틀림없다" 며 鄭씨를 와락 부둥켜 안았다. 은선씨는 어릴 때 어머니 廉씨, 남동생 인성 (22.소르본대 2년) 씨와 함께 수원에서 살았다.

그러나 어머니 廉씨의 건강이 나빠져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윗사람들이 78년 廉씨 몰래 이들 남매를 고아원에 맡겼다.

이후 지금까지 이들 모녀는 서로 생사도 모른 채 살아왔다.

은선씨는 고아원에서 초등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 홀트아동복지기관을 통해 84년 6월 프랑스로 떠났다. 나이가 들수록 어렴풋이나마 낳아준 엄마의 얼굴과 당시의 집안 사정 등이 떠오르자 가족을 찾기 위해 이번에 전북대 한국학 여름학교에 참가했다.

은선씨는 "그동안 엄마를 많이 미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고생한 엄마를 돕겠다" 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어머니 廉씨는 "어느날 갑자기 아들.딸이 없어져 곳곳에 수소문했으나 당시 동네 사람들이 고아원을 알려줄 경우 다시 데려올까봐 사실을 감춘 것 같다" 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 모녀의 상봉은 당시 입양서류에 적혀있던 은선씨의 생년월일을 근거로 경찰 컴퓨터 조회를 통해 이뤄졌다.

전주 = 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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