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파업 전망]“명분없다”철회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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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노총 주도의 한시적 파업이 14일 금속산업연맹 소속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아폴로산업 등 금속연맹 산하 6개 노조가 이날 예정됐던 파업을 철회했고, 최다 노조원을 거느린 현대자동차 노조도 전주공장의 경우 오후에는 정상조업을 하는 등 지난 5.27 총파업에 비해 강도와 규모가 현격히 떨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노사정 (勞使政) 위원회 위상강화안 등을 지켜본 뒤 대응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노동계 파업은 일과성이 될 공산이 크다.

이같이 파업의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은 우선 파업의 명분이 상당히 약하다는 사실을 노동현장의 근로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이 요구하고 있는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중단^부당노동행위 척결^노사청문회 개최 및 국제통화기금 (IMF) 합의사항 재협상 등은 이미 1기 노사정위에서 합의해 시행중이거나 정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 국가의 총체적 경제위기 속에서 구조조정 중단 및 IMF 재협상 등을 거론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 조만간 노사정위 강화방안을 비롯해 부당노동행위 사업주 처벌 등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구조조정때 사전에 노동계와 성실히 협의할 것을 약속하는 등 노동계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상태다.

즉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의 직접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기보다 집행부의 대 (對) 정부 압박용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파업으로 인해 보게 될 국제신인도 하락 및 외국자본 철수우려 등 예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국민정서가 이를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노동계엔 큰 부담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불법파업에 대해 엄정한 사법조치를 이미 경고했고 김대중대통령도 "노동자들의 불법행위를 자구행위로 표현해서는 안된다" 는 말로 불법파업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파업의 지속 여부는 정부가 노동계에 약속한 조치들을 얼마나 성실하고 신속히 취해 나가느냐와 노동계의 단안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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