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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트랜스포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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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트랜스포머2)’ 열풍에 한국 영화판이 들썩거린다. 개봉 엿새째인 지난달 29일 전국 관객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주말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역대 외화 흥행 1위(750만 명)인 전작을 뛰어넘어 ‘외화 관객 1000만 시대’를 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역대 최다 개봉 스크린 수(1209개)를 기록, 독과점 논쟁도 뜨겁다. 점유율이 무려 60%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기원은 1984년으로 거슬러 간다. 도쿄 완구박람회에 나온 일본 회사 다카라토미의 자동차형 변신 로봇에 미국 회사 하스브로가 주목했다. 하스브로는 조종사가 움직이는 형태의 이 로봇을 스스로 움직이는 기계 생명체형으로 바꿨다. 84년 5월 ‘트랜스포머’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전미 장난감 톱10’에 들었다. 그해 6월 ‘스파이더맨’ ‘배트맨’으로 유명한 마블 출판사가 동명의 만화를, 9월엔 재미동포 넬슨 신(신능균)이 TV용 애니메이션을 히트시켰다. 86년엔 넬슨 신이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나왔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제작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도 자신의 아이들과 함께 이 ‘원조 트랜스포머’를 보고 열렬한 팬이 됐다.

스필버그 감독은 “주변에 흔히 보이는 것(자동차)이 새로운 것(로봇)으로 바뀐다는 아이디어는 누구나 좋아한다”고 트랜스포머의 인기 비결을 꼽았다. 하긴 꿀벌을 닮은 노란 바탕에 검은 줄무늬의 시보레 자동차가 순식간에 거대 로봇 ‘범블비’로 바뀔 때의 신선한 충격이란!

서양에서 변신 이야기는 2000여 년 전부터 사랑받았다. 로마 시대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 이야기』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오늘날 전해지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원전격인 이 책은 1만2000편이 넘는 시로 돼 있다. 책에 소개된 250여 가지의 황홀한 변신 이야기는 현대인에게도 익숙하다. 물 속에 비친 자신에게 반해 수선화로 변한 미소년 나르시소스, 태양신 아폴론에게 쫓기다 월계수로 변해 몸을 지킨 다프네, 메아리로 변해버린 님프 에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변신이 화제다. ‘중도 강화론’을 내세우며 재래 시장으로 ‘서민 행보’에 나서더니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대운하 포기 선언까지 했다. 한국은 미국을 빼고는 영화 트랜스포머가 가장 흥행한 나라다. 이 대통령의 흥행 성적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구희령 중앙SUNDAY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