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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 재보선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불.탈법 공방으로 7.21 재.보선 선거판이 얼룩지고 있다.

각 당은 연일 대변인.부대변인 명의의 논평과 성명을 통해 상대방 선거진영의 불.탈법 사례를 앞다퉈 폭로하고 있다.

폭로전은 접전지역인 경기 수원팔달.서울 서초갑.경기 광명을 등에 집중된다.

문제는 연일 쏟아지는 폭로내용의 사실 여부인데 이들 중 대부분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로 판명되기 일쑤다.

대표적인 곳이 수원팔달. 수원팔달에서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간 맞폭로전이 유난스럽다.

국민회의 정균환 (鄭均桓) 총장이 먼저 '선심관광 주선 의혹' 을 제기하며 한나라당 남경필 (南景弼) 후보를 물고 들어갔다.

南후보가 관광버스 8대를 동원, 여성유권자들에게 1박2일간의 설악산 관광을 주선했다는 게 鄭총장의 주장. 팔달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조사결과 수원 새마을 부녀회가 자체준비한 버스1대로 설악산 관광을 떠나는 장소에 南후보가 인사차 나타난 것을 오해한 것으로 드러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나라당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 박왕식 (朴旺植) 후보의 '개인연설회' 를 걸어 맞트집을 잡았다.

朴후보의 개인 연설회에 2명의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은 것은 후보와 배우자.사회자의 연설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선거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 하지만 이 역시 "중간에 사회자를 교체해 2명의 사회자가 발언한 것은 선거법에 저촉될 수는 있지만 '불법' 으로 볼 수는 없다" 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으로 일단락됐다.

하릴없는 공허한 정치공세만 주고 받은 것이다.

4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서울 서초갑에서도 시비는 벌어졌다.

자민련 박준병 (朴俊炳) 후보측이 한나라당 박원홍 (朴源弘) 후보의 홍보물 살포를 문제삼고 나선 것. 자민련은 7일 "한나라당 朴후보가 자신에 대한 홍보성 기사가 실린 월간지 복사본을 지역구내 아파트에 대량 살포했다" 고 주장하면서 '고발방침' 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서초갑 선관위의 자체 조사결과 별다른 혐의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보강증명자료 첨부를 요구했지만 자민련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 사안은 자체종결로 매듭지어졌다.

이렇듯 유권자들만 짜증나게 하는 불.탈법 공방은 자칫 서로간의 감정을 자극해 인신비방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한나라당은 9일 서초갑에 출마한 박준병후보를 겨냥,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공로로 받은 훈장을 유지하고 있는 朴후보의 출마는 이시대 정치의 아이러니" 이며 "朴후보의 모습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군부독재의 잔영' 이자 '비극의 상징' " 이라고 비방했다.

자민련측의 즉각적인 반발에 부닥쳤음은 물론이다.

이런 가운데 9일 여야 4당 대변인이 오찬회동을 갖고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지역감정 조장발언 등 원색적인 표현 자제를 결의하는 '신사협정' 을 체결했다.

더 이상 유권자들의 돌팔매를 맞지 않기 위해 맺은 이 '협정' 이 정말 지켜질지 '정치쇼' 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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