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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수출,주력업종마저 맥못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추락하는 수출의 끝은 어디인가.

' 5, 6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수출이 7월 들어서도 맥을 못추는 등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이 연 석달째 뒷걸음질 치고 있으며 미국 등 주력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올 수출목표를 당초 1천4백75억달러에서 1천3백95억달러로 낮췄지만 이나마도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회복의 사활이 걸린 수출이 이렇게 맥을 못추는 것은 국내적으로는 여전히 수출금융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않는데다 일본 엔화 가치하락, 품질 경쟁력 취약 등이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조승제 (趙昇濟) 이사는 "수출전선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며 "수출 관련 금융시스템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고 말했다.

◇ 얼마나 심각한가 = 특히 주력 제품들의 상황이 어렵다.

자동차의 경우 2월 6.7% 감소세를 보인 이후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감소세가 무려 29.6% (1~20일 기준)에 달해 수출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도 4월 - 5.5%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그나마 철강.석유화학 등 일부 제품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력 시장인 미국의 경우 점유율이 계속 낮아져 반도체의 경우 1~4월 점유율이 지난해 17.1%에서 올해는 16.8%로 낮아졌다.

자동차도 수출액은 조금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은 같은 기간 2.5%에서 2.4%로 떨어졌다.

한편 이 기간중 경쟁 대상인 중국 (6.8%로 2위).필리핀 (1.3%로 8위) 등은 점유율이 높아져 한국의 몫을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엇이 문제인가 = 대내적으로는 수출금융 시스템의 마비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들은 여전히 수출환어음에 대한 결제와 신규 외상신용장 (LC) 개설을 기피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인천시남구주안동에 있는 중고 건설장비 및 기계플랜트 전문 수출업체 가람무역의 김규 (金奎) 사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와 베트남에서 3건, 36만3천만달러어치의 신용장을 받았지만 은행에서 무역금융을 지원받지 못해 공수표로 돌아가게 됐다" 며 울상을 지었다. 원자재 재고부족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 (70~1백% 인상) 한데다 금융시스템 마비로 제대로 수입이 되지 않는 바람에 원자재가 없어 수출 주문도 못 맞출 형편이다.

산업연구원 온기운 (溫基云) 동향분석실장은 "올 상반기 무역흑자가 2백억달러에 달했지만 이는 원자재와 설비수입의 대폭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 이라며 "매달 35%의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수입감소는 결국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진행된 일본 엔화가치 하락이 한국의 수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 무협 관계자는 "중국 위안화 마저 평가절하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질 것" 이라고 걱정했다.

◇ 대책은 없나 =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수출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들고 있다. 무협 趙이사는 "한국은행의 수출입 금융에 대한 자금지원의 폭을 넓히고 이를 업계가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 신용보증기관은 수출업체별 보증한도에 대한 까다로운 심사규정을 완화해 중소수출업체의 금융애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움말 주신분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김은상사장.무협 조승제이사.산업연구원 온기운박사.나래무역 무역부 나명이부장 등]

홍병기.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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