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하재경·이상경씨, 공공근로 수익 모아 장학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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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도 어려운 형편이지만 더 딱한 이웃을 도울 수 있어 참 기쁩니다." 강서구가양3동이 마련한 공공근로사업에 참가중인 하재경 (河在庚.50.강서구염창동) 씨와 이상경 (李相卿.여.52.강서구염창동) 씨는 요즘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신들도 실직 근로자이거나 실직남편의 아내로 간신히 생계를 꾸려가고 있지만 공공근로에서 땀흘려 일해 또다른 실직가정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일터는 가양3동사무소 바로옆에 위치한 8백여평의 텃밭. 이 땅은 92년 가양택지지구 지정이후 택지로 개발됐으나 팔리지 않아 놀리고 있던 곳. 생활쓰레기와 건축폐자재의 불법투기장으로 전락, 쓸모없던 땅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이재민 (李在珉) 동장. 李동장은 지난 5월초 1차 공공근로사업이 시작되자 인근 초등학교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되온 텃밭 일구기를 河씨등 3명에게 맡겼다.

李동장은 "쓰레기 줍는것 같은 단순한 노동보다는 흙속에서 땀을 흘리면서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 재활의욕을 심어주는데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고 말했다.

영등포에서 기계공장 선반공으로 일하다 올2월 실직한 河씨는 "일자리를 잃었을 때는 살길이 캄캄했는데 내손으로 고추.토마토.가지.상추 등을 키우면서 일할 의욕이 생겼다" 고 흐뭇해했다.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남편 (58) 이 부도를 맞은 이후 충격으로 몸져 눕자 공공근로에 뛰어든 金씨도 "생계를 위해 한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어려운 아이까지 도울수 있어 가슴 뿌듯하다" 고 말했다.

두사람은 농약을 치지 않고 1백%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채소를 구입하는 인근 아파트 주부들이 "백화점 채소보다 싱싱하고 맛있다" 고 말해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

이들이 그동안 고구마.배추.고추.상추.토마토 등을 가꿔 거둔 수입은 1백여만원정도. 이중 비용을 뺀 60만원은 가양3동 부녀회의 알뜰매장 수익금 1백90만원과 재활용센터 판매수익금 2백10만원,가양3동 헬스동우회원들의 성금 60만원과 함께 10일 오후 실직가정 자녀 46명의 장학금으로 전달된다.

李동장도 이들의 선행에 보답하기 위해 일자리를 적극 알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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