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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뉴스] 한류, 뒤집어 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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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 제주에서 열린 한.일 우호의 밤 행사에 참가한 한 일본 관광객이 드라마 ‘가을동화’ 주인공인 송승헌씨에게 일본 전통의상을 선물한 뒤 포옹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을 좋아한다. 그를 본받아 노력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만나서 또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일본 드라마 '고쿠센'(조폭선생님)이 재미있더라. 촬영현장인 학교는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느냐."

그리고 '고쿠센'의 주연배우 나카마 유키에를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드라마 장면들을 회상한다면 어떨까.

"대통령이 왜색(倭色)에 젖어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진 않을까.

그러나 '겨울연가'에 대해, '쉬리'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말했다.

"'쉬리'에 반했다."

"욘사마(배용준)를 보고 싶다, 닮고 싶다."

아시아 곳곳에 스며든 한류(韓流). 어쩌다 지나가는 바람이려니 했지만 이미 일본 땅까지 휩쓸고 있다.

장동건.이병헌.원빈의 브로마이드가 서점 매대를 뒤덮고, '겨울연가'로 배우는 한국어 교본이 10만부나 팔렸다.

우리, "소니를 배우자, 도요타를 따르자"고 외친 적은 있지만 일본 문화를 칭찬하고 찬탄한 적 있던가.

문화는 물처럼 흐르고 서로 나누는 것. 둑 쌓고 내 물은 나만 마시겠다 고집하면 썩어서 도태하게 마련.

한류 열풍. 반갑고, 뿌듯하다. 한류도 대단하지만, 그 한류를 즐겁게 수입하는 나라들은 더 대단하다.

이제 우리도 마음의 문을 열자. 우리 땅에도 '미국류''일본류', 그리고 '중국류'에 'EU류'까지 자유롭게 흘러야 한다.

이영기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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