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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국회로 모신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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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9일 조계종 총무원의 장적 스님과 현응 스님이 국회를 찾았다. 한나라당 정책위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서다. 김성조 정책위의장과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 조원진 환경노동위 간사가 이들을 맞았다.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들을 위해 아침식사로 미역국이 나왔고 테이블에는 회의자료도 놓였다. 스님들이 한나라당 정책간담회에 온 까닭은 환경부가 지난 5월 입법예고한 자연공원법 개정안 때문이다. 불교계는 개정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조계종이 2일 통도사에서 전국 주지 1500여 명이 참여하는 규탄 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정부는 10년마다 국립·도립·군립공원 등 자연공원 구역을 재조정해왔다. 내년이 10년 만에 바꾸는 해다. 환경부는 이에 맞춰 공원을 5개 구역으로 세분해 관리하던 것을 3개 구역으로 간소화하고 국립공원 등 자연공원 내 로프웨이(케이블 카) 설치를 확대하는 내용 등을 개정안에 담았다. 불교계의 해묵은 민원사항이었던 사찰경내지의 공원구역 해제는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소유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해제할 경우 전체 자연공원의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이유에서다.

불교계는 그동안 ▶허가 없이 벌목할 수 없어 홍수예방·경관관리 등이 어려웠던 점 ▶사찰 소유지임에도 정부가 사찰의 뜻과 상관없이 등산로 등을 만들어 무차별 개방돼왔다는 점 등 때문에 해제를 요구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불교계와 ‘종교 편향’ 논란으로 껄끄러웠던 적이 많았다. ▶정부교통정보시스템에 교회 정보는 포함되고 사찰 정보가 빠졌던 일 ▶전국경찰복음화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의 사진이 실린 일 ▶촛불집회 수배자를 찾겠다며 지관 스님의 차를 수색한 일 등이 빌미였다. 한나라당에서 이번 불교계의 반발이 적잖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노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달 환경부와의 실무 당정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초기 불교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니 또 틀어지지 않도록 불교계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간담회는 그 주문의 결과다.

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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