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추방 정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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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러시아 정부의 조성우 (趙成禹) 참사관 추방결정과 관련, 이인호 (李仁浩) 주러시아 대사의 소환을 포함한 다각적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

외교관 추방의 경우 가장 강경한 대응조치는 '상호주의 원칙' 에 따라 상대국 외교관을 맞대응 추방하는 것. 이 경우도 강도에 따라 방법이 다르다.

지난 3월 노르웨이가 자국시민들을 포섭한 스파이혐의로 러시아외교관 5명을 추방하자 러시아는 주러 노르웨이 외교관 2명을 즉각 쫓아보냈다.

러시아가 5명에는 못미치는 2명만 추방한 것은 자국의 '혐의' 는 시인하겠지만 불쾌하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이후 양국은 정상회담을 갖고 아무 일 없었던 듯 옛날 관계를 복원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6일 "우리 관계기관도 국내에서 활약중인 러시아 정보담당 공관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다" 며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러관계 전반에 미칠 일파만파 (一波萬波) 의 후유증이 크다는 점에서 선택이 쉽지 않은 상황.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 이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불쾌감.항의의 표시인 李주러대사의 소환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대사소환을 검토중인 것은 러시아정부가 명백히 외교관행을 벗어난 '비례 (非禮)' 를 저질렀다는 판단에서다.

빈협약상 체포.억류 등으로부터의 '불가침 특권' 을 지닌 趙참사관이 두시간동안 연방보안국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은 어쨌든 묵과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趙참사관이 모이세예프 러외무부 아주국부국장으로부터 문서를 건네받는 장면이 러시아 NTV에 유출돼 방영되는 '의도적 언론공개' 도 우리측을 자극했다.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어떤 경우든 어렵게 길을 튼 한.러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 내부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갖는 영향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러.북한 신우호조약 협상과정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고려연방제 명문화' '대한 (對韓) 무기수출금지' 등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한국에는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러시아는 남북한 공관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는 趙참사관의 7일 귀국 - 조사후 조치발표라는 신중한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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