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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 수출마저 흔들린다는데…] 하반기까진 호조…2005년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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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즘 '수출이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극심한 내수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유일한 축인 수출마저 흔들릴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수출 현장을 뛰는 기업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아직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선진국 경기가 좋고,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는 수출 호조가 이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이들은 그러나 내년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세계경제 성장이 둔화될 전망인 데다 통상마찰 심화,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중국 경제 긴축 등 암초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설비투자가 부진했던 결과 앞으로 생산 여력을 늘리기가 어렵고,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노력 등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경쟁국에 비해 수출 여건도 점점 불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역연구소 현오석 소장은 "지난해 이후의 수출 호조는 세계경기 회복이라는 외생 변수에 의존한 바가 컸다"며 "내년 이후엔 이런 외생 변수가 악재로 바뀔 수도 있는 만큼 이제는 우리 스스로의 수출 경쟁력을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증가율 둔화…2003년.상반기 호황에 통계 착시

◇증가율 떨어지지만 상승세 지속=PC 수출의 대부분을 맡고 있는 삼보컴퓨터는 요즘 주문량이 늘어 즐거워하고 있다. 이 회사 김재권 해외관리팀장은 "미국 PC 시장이 살아나 상반기 150만대를 수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240만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310만대)보다 80만대 늘어난 것이다. 반면 수년간 호황을 누려온 LCD(액정화면) 업체들은 올 들어 대만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늘리자 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의 LCD 가격은 2분기에 10~20%가량 떨어졌다. 업계에선 반도체.휴대전화 등의 수출단가도 떨어지는 등 수출 전선이 심상치 않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분기별 수출증가율(물량 기준)이 1분기 29.2%, 2분기 27.9%에서 3분기 22.6%, 4분기 13.5%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KOTRA도 해외주재 기업 350여곳과 바이어 630여명을 조사한 결과 하반기 수출증가율이 2분기 39.4%보다 크게 낮은 22~24%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통계적 착시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강호인 종합정책과장은 "지난해 상반기 한달에 130억~140억달러 수준이었던 수출이 하반기엔 180억~190억달러로 늘었다"고 말했다. 수출 증가율 통계를 전년동기 대비로 잡다 보니 하반기에 둔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출 규모는 앞으로도 상반기처럼 매달 200억~210억달러 수준은 유지할 것이란 설명이다.

곳곳에 복병…고유가.통상압력.중국이 변수

◇내년 이후는 곳곳에 암초=현대자동차 수출기획팀은 요즘 연일 대책회의 중이다. 류병완 수출기획팀 부장은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 등으로 국산 자동차의 해외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는데 수출 여건은 나빠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외 변수에 지나치게 좌우되는 수출 체질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연구위원은 "한국 수출을 떠받쳐온 세계 정보기술(IT) 경기 활황이 내년에 멎으면 지금과 같은 수출 호황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수출 주력 품목이 전자.철강.석유화학 등에 집중된 데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에 몰려 있어 대외변수에 따라 수출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2000년 109건이던 한국산 제품에 대한 외국의 수입규제는 7월 현재 131건으로 늘어났다. KOTRA 조병휘 통상전략팀장은 "중국의 경우 지난달 첨단 제품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산 광섬유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리기로 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대 김기홍 교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여러 측면에서 수출 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를 지금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윤.최지영.박혜민 기자

◇도움말 주신 분(가나다 순)=강호인(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 김기홍(부산대 무역학과 교수), 김무한(무역협회 통상전략팀장), 박상준(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송주현(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상무), 신현수(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 연구위원), 이계형(산업자원부 무역유통심의관), 이수희(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소장), 이승철(전경련 상무), 이승혁(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윤종언(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조병휘(KOTRA 통상전략팀장), 현오석(무역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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