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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수 실태·각계반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당국은 이른바 '사상범' 또는 '양심수' 의 존재를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공안사범' 또는 '공안관련 사범' 으로만 분류하고 있어 사상범의 실태가 확인된 것은 없다.

이 때문에 사상범의 성격과 숫자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관련단체간에 커다란 시각 차이가 있다.

검찰은 반국가사범이 2백여명 수감중인 것으로 밝히고 있지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가협) 등 재야 인권단체들은 복역중인 미전향 장기수는 17명이며 양심수는 6백58명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제사면위원회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가 자신들이 선정한 1백여명의 '한국내 양심수 명단' 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명단에 포함된 대표적인 인사들로는 사로맹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노동자 시인 朴노해 (42.본명 朴基平) 씨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 백태웅 (白泰雄) 씨. 이들은 모두 전향서를 쓰지 않아 지난3월13일 실시된 새 정부 출범 경축특별사면에서 제외됐다.

미전향 장기수로는 41년째 수감중인 우용각 (69) 씨가 있다.

한편 정부의 전향제 폐지 방침에 대해 법조계와 재야단체 등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사상자체만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에 비춰 진일보한 조처" 라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지침' 등 관련법규를 조속히 개정해 시행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반면 재야 인권단체들은 "준법서약서는 전향서의 형식적인 변화일 뿐" 이라며 평가절하했다.

민가협.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주주의 법학연구회 등 3개 단체는 이날 정부발표에 대해 공동성명을 내고 "준법서약제는 결국 또다른 전향제도의 존속" 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양심수에게 석방을 미끼로 준법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결국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과거 정권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며 "전향제도를 무조건 철폐하고 양심수를 전원석방하라" 고 요구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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