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승인 7개은행 자구책 마련 부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조흥.상업.한일.외환.평화.강원.충북은행 등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은 7개 은행이 일제히 자구 (自救)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이들이 이달말까지 금감위에 제출할 계획에는 임원퇴진.직원감축.외자유치.합병계획.증자일정 등이 포함돼야 한다.

각 은행은 30일부터 종합기획부를 비상근무체제로 편성해 실무작업을 시작했다.

은행들이 가장 열을 올리고 있는 분야는 외자유치. 이것만 이뤄지면 증자문제를 자동적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외국주주를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아 구조조정 바람을 견딜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재미 (在美) 벤처사업가 김종훈 회장을 이달중 은행으로 초청해 2억달러의 출자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지분이 한 개인에게 너무 편중된다는 문제가 있어 일부는 출자로, 일부는 대출로 분산해 받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상업은행도 유럽계 은행과 2억달러 규모의 출자협의에 가속도를 붙이고 뉴욕현지법인 매각 (1억달러) 도 빨리 마무리짓기로 했다.

한일은행도 이관우 (李寬雨) 행장의 해외인맥을 통해 외자유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반면 은행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문제는 역시 경영진교체 부분이다.

이는 금감위가 가장 주시하는 내용이지만 은행실무진이 직접 손대기는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사정당국의 내사설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2개 대형 시중은행의 경우 실무진들은 "은행장 거취가 먼저 정해져야 실무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겠느냐" 며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이 문제만큼은 행장의 개인적인 '결단' 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원들도 교체대상 경영진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숨을 죽이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서는 외환은행이 가장 느긋한 분위기다. 타은행에 비해 임원수가 절반수준인데다 오는 10일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상임이사 2명, 비상임이사 2명을 선임할 예정이어서 경영진 교체계획을 따로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

더구나 홍세표 (洪世杓) 행장은 지난해 한미은행에서 옮겨왔기 때문에 금감위가 부실경영에 책임을 물리기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은 또 합병에 대해서도 뚜렷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한.주택.국민.하나.한미은행과는 퇴출은행 인수작업 때문에 추가로 합병을 추진하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조건부 승인을 받은 은행간에 합병을 하거나 장기신용은행이나 우량 지방은행을 접촉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밖에 인원의 추가 감축문제가 불거져 나오자 노조들도 긴장하고 있다.

이미 확정한 감축계획보다 더 줄이라는 것이 금감위의 요구이므로 은행들은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추가감축과 관련해 노사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