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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8세대 LCD라인 ‘풀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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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과 경기도 북부를 잇는 자유로 낙하IC를 빠져나와 5분 정도 차로 달리면 오른쪽에 파주 대단위 액정디스플레이(LCD) 공단(위치도)이 눈에 펼쳐진다. LG디스플레이의 LCD 공장은 이곳의 기간 설비다. 아파트 20층 높이에 바닥 넓이는 축구장 6개와 맞먹는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LCD단지에 3조1000억원을 투자해 올 3월 완공한 8세대 라인에서 한 직원이 로봇을 조종해 가로 2.5m, 세로 2.2m인 유리기판을 옮기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제공]


26일 찾은 이곳 LCD 라인은 ‘난 불황을 모른다’는 듯 활기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건물 안에서는 2006년 생산을 시작한 7세대 라인(P7)과 올 3월 완공한 8세대 라인(P8)이 함께 돈다.

P8 공장장인 구도회 상무는 “주말을 포함해 4개 조가 3교대로 근무하면서 24시간 가동해도 밀려드는 주문량을 다 맞추지 못한다”고 전했다. P8에서는 두께가 0.7㎜에 불과한 가로 2.5m, 세로 2.2m인 유리 원판을 가공해 140㎝(55인치) 패널 6장 또는 119㎝(47인치) 패널 8장을 한꺼번에 찍어 낼 수 있다. 47인치 6장을 만드는 P7보다 생산성이 높다.

P8에서는 원판 기준으로 한 달 평균 8만3000장을 가공해 다양한 크기의 LCD 패널을 생산한다. 3월 가동을 시작한 뒤 석 달 만에 생산량을 최대 생산 가능 물량의 90%까지 끌어올렸다. 구 상무는 “통산 이렇게 되려면 8개월까지 걸리는데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LCD 생산에 딱 맞게 설계한 건물에서 라인을 설치하기 시작한 데다 패널 검사 등을 제조라인 외부에서 하는 ‘원격제어시스템(ROS)’을 새로 도입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클린룸을 유지해야 하는 생산라인에 먼지가 덜 들어가면 그만큼 불량이 적게 발생한다.

파주LCD공단은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만들어 낸 ‘기업도시’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2003년 LG전자와 네덜란드 필립스의 합작업체인 LG필립스LCD는 경기도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그로부터 3년 만에 LG필립스LCD는 5조30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의 LCD 생산시설을 탄생시켰다. 168만㎡(약 51만 평) 면적의 본 단지를 비롯해 계열사·협력업체 등을 포함하면 사업장 면적이 460만㎡(약 140만 평)에 달한다. 본 단지와 협력업체 단지의 고용 인원만 1만여 명이다. 공단 개발이 마무리되면 모두 4만2000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파주시는 자유로와 공단을 연결하는 길을 ‘LG로’라고 명명했다. P8에 추가로 투자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필립스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손을 떼면서 지난해에는 회사 이름부터 LG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일본 샤프가 먼저 8세대 라인 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대만 업체들도 ‘타도 한국’을 외치며 앞다퉈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공급 과잉으로 패널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하반기에는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닥쳤다. 이런 가운데서도 LG디스플레이는 3조1000억원이 들어가는 P8 건설을 밀어붙였다. 다행히 대만 업체들의 감산과 투자 포기가 속출하면서 올 들어 LCD 패널은 공급 부족으로 돌아섰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상무는 “건설 과정에서 ‘수요가 없으면 어쩌나’하고 불안해했는데 이제는 ‘투자를 늦췄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안도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TV용 LCD 패널의 25% 이상을 만든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세계 LCD TV 시장이 처음 1억 대를 돌파했으며 내년에는 1억5000만 대, 2013년에는 2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파주=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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