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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박수동 화백의 '번데기야구단, 30년 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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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 투명인간, 까목이, 장독대, 머털도사 등 이두호 화백이 소년지에 등장시켰던 캐릭터들.

week&의 요청으로 직접 옛 번데기 야구단원들을 긴급 소집했으나 모인 사람은 겨우 다섯명이었다. 예전에 타던 리어카 대신 자가용을 타고 옛 동네를 둘러보는데 모두 한숨을 쉬는구나. 개구쟁이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몽땅 콘크리트 속에 파묻혔으니…. 얼마 전 월급쟁이 때려치우고 삼겹살 집을 낸 투수 뻔의 가게에서 저녁을 먹으며 근황을 들어봤다.

포수 왈가닥은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둔 엄마가 됐단다. 말투를 들어 보니 옛날 성질 다 죽고 진짜 현모양처가 된 모양. 3루수 먹물은 직원 150명의 잘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다. 야구단이 모이면 밥값은 도맡아 계산한다고. 중간고사에서 38점을 받아 야구단을 폐단 위기로 몰아갔던 장본인인 유격수 메뚜기. 유일하게 야구를 계속해 국가대표.프로 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성남 모 고등학교 야구감독이다. 2루수 꽁치는 어울리지 않게 일산 모 중학교의 수학교사가 됐다.

야구단의 정신적 지주, 복할아버지. 안타깝게도 몇년 전 81세의 일기로 돌아가셨단다. 야구단원 전원이 밤샘 문상을 했는데 버들피리가 고스톱으로 재미 좀 봤다는 후문이다. 1루수 장대는 대학 졸업 후 스페인으로 유학가 통 소식이 없고 중견수 삼인분은 부산에서 트럭 운전을 한다. 아들이 축구 청소년대표가 될 예정이라나. 타고난 효자였던 물꽁은 화가가 돼 80 노모를 모시고 양평에서 살고 있다. 우익수 버들피리는 과거 합숙훈련을 했던 속초에 땅 2000평을 사놓고 야구단의 노후를 책임지겠다고 큰소리 뻥뻥. 전속 해설가였던 마이크는 그 재주를 살려 신문기자가 돼 지금은 한 중앙 일간지의 체육부 차장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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