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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소년中央의 추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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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어머 웬 일이야." 1983년 7월호 소년중앙 표지모델이었던 장서희씨는 자신의 옛 사진을 보고는 "너무 깜찍하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표지사진처럼 웃어 보라"는 제안에 "너무 비교된다"며 슬쩍 빼는 척하다가 이내 포즈를 취했다. 놀란 듯, 웃는 듯한 표정은 20여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월말이면 꼬깃꼬깃한 지폐를 들고 문방구로 달려갔다. 용돈이 바닥난 달에는 며칠 전부터 어머니를 졸라댔다.

"나왔어요?" 문방구 아저씨가 고개를 가로저으면 콩당콩당 뛰던 가슴이 이내 무너져내렸다. "옜다." 잉크 냄새 선명한 책을 가슴에 안고 돌아올 때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다. 때론 날쌘 친구들에게 뒤져 이웃 동네 문방구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그래도 끝내 못 사고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린 날도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신비, 공룡은 왜 멸종했을까, 미확인 비행물체(UFO)는 존재하는가, 네스호의 괴물 사진 전격 공개, 버뮤다 삼각지대의 비밀….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만한 이야기들. 매달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 그만그만한 기사들. 왜 그토록 손꼽아 기다렸을까.

나를 진정 사로잡은 것은 글이 아니라 만화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별책부록 만화 속에서 나는 요괴인간이 되기도 하고 타이거마스크로 변신했으며 황금박쥐가 돼 날아다녔다. 독고탁의 눈물에 코끝이 찡하다가도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고 훌쩍대는 계집애들을 골려주기도 했다. 그 중 많은 수가 일본 만화를 베낀 것임을 알았을 때 느낀 배신감은 또 얼마나 컸던가.

기자에게 그 책은 '소년중앙'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새소년'일 수도 있고 '어깨동무'가 될 수도 있다. 그 시절엔 그런 어린이 교양잡지가 있었다. 지금의 30, 40대들은 그것들을 읽으며 꿈과 희망을 키우고 상식의 지평을 넓혔다.

어린이들에게 책보다 컴퓨터가 가까운 세상, 인터넷이면 모든 궁금증이 해결되는 세상, 온라인 만화와 영화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어린이 잡지가 설 땅은 좁다. 오늘날 그런 잡지를 찾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쯤 엄마.아빠의 아련한 추억을 아이들과 나눠봄은 어떨지. Week&이 준비한 여름방학 특집 '소년중앙 부활호'를 넘기면서….

글=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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