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서초갑 보선 박준병총장 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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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이 서초갑 보선에 '비장의 승부수' 를 띄웠다.

박준병 (朴俊炳) 사무총장을 출전시키기로 한 것. 장세동 (張世東).이용만 (李龍萬).사공일 (司空壹) 씨 '후보영입설' 을 흘렸으나 여론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전격적으로 '박준병 카드' 를 내밀었다.

극도의 보안 속에 내민 카드여서인지 정치권은 놀라움을 감추지 않는다.

朴총장 출전은 여권에서 '필승카드' 로 인식됐던 이수성 (李壽成) 전총리의 영입작업이 무산되면서 여러 가능성중 하나로 준비돼 왔던 카드였다고 한다.

이 카드가 갑자기 힘을 얻기 시작한 것은 조세형 (趙世衡.국민회의.광명을) - 노무현 (盧武鉉.국민회의.종로) - 최각규 (崔珏圭.무소속.강릉을) 로 이어지는 '여권 드림팀' 의 윤곽이 그려지면서 자민련도 이에 상응하는 후보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다.

외부인사 영입이 벽에 부닥친 25일 총재단 회의는 "당내 인사를 내세워 당의 운명을 걸어야 한다" 고 의견을 모으고 원외인 朴총장을 지목했다.

그는 7.21 재.보선의 사령탑으로서 후보물색의 책임자였다가 졸지에 후보로 나서게 된 셈이다.

일단 의견이 모아지자 朴총장은 마음을 정리했다.

"6.25가 나자 고교 2학년의 나이로 학도의용군에 입대했던 심정으로 서초갑 선거전에 임하겠다" 고 했다.

충북 옥천 - 보은 - 영동에서만 3선을 했던 朴총장으로선 지역구를 서울로, 그중에서도 '한나라당 텃밭' 인 서초갑으로 옮긴다는 게 여간 모험이 아닐 수 없다.

자민련도 위험을 동시에 안고 있다.

승리하면 서울에서 유일한 당 소속 국회의원을 탄생시켜 지역당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겠지만 패배할 경우 '당 자체의 패배' 로 인식되는 부담을 감당키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후 두차례 선거에서의 연패 (連敗) 로 침체된 상황에서 띄운 승부수이기에 더욱 그렇다.

국민회의측도 수도권 바람몰이에 모험을 마다않은 朴총장의 가세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은 사무총장의 직접 출전에 허를 찔렸다는 표정이면서도 가장 염려하던 '이수성 카드' 가 아니라는 점에 안도했다.

26일 후보를 결정하는 한나라당은 이철 (李哲).이종률 (李鍾律).박원홍 (朴源弘) 씨 중에서 누가 공천되더라도 朴총장을 이길 수 있다고 자신만만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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