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제6회 주니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결선 리허설 장면. 결선 과제곡인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을 연주 중이다. 러시아 심포니,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참여했고 러시아의 유리 카첸코와 알렉산드르 폴리쉬추크가 지휘를 맡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대표적인 여름 페스티벌인 ‘백야 축제’에 참가 중인 게르기예프는 통화에서 로드긴에게 “눈에 띄는 ‘미래의 스타’를 좀 찾았느냐”고 물었다. 이번 콩쿠르 참가자에 관한 이야기다. 로드긴은 “게르기예프가 젊은 연주자에게 관심이 많다. 이번 콩쿠르에 특히 주목하고 있어 종종 전화를 해 분위기를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 동안의 경연을 지켜본 로드긴은 “어린 나이 참가자 사이에도 출신 국가별로 스타일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 학생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대로 완벽한 연주를 하지만 어딘가 ‘영혼’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을 내놨다. 그는 “유럽 등지에서 어려서부터 정신적인 ‘영양 공급’을 받은 학생들은 아무래도 문화를 이해하는 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기술 점수’ 10점 만점을 받는 한국 학생들이 예술성에서는 종종 다른 나라에 순위를 내주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다.
◆“경쟁을 즐겨라”=로드긴은 “어린 학생들이 테크닉의 완성에서 자유로워질 때 성인 콩쿠르에 가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 다섯 번의 주니어 콩쿠르에서 배출한 수상자 중 14명이 성인 대상의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도 입상했다. 그는 “콩쿠르가 지나친 경쟁으로 어린 연주자들에게 ‘독’이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참가자들의 태도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경쟁도 하나의 축제라 생각하고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아무도 몰라주면 소용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콩쿠르는 유망주의 실력을 밖으로 터뜨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스타를 발굴할 수도 있다. 그가 이번 심사에서 현재의 실력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데에 주력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로드긴은 “이번에 한국이 국제 콩쿠르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됐다”는 소감으로 심사평을 대신했다.
김호정 기자
◆세르게이 로드긴=라트비아 출신의 첼리스트. 현재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0년 ‘프라하의 봄 페스티벌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4년 후 키로프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의 수석 첼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마린스키 극장에서 객원 지휘를 맡았다. 현재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