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영화제나 영화동호인 모임에서 확인되듯 한국 젊은이들의 일본영화에 대한 관심은 제어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기타노 다케시와 이와이 순지감독이 이같은 열기를 선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와이 순지 (35) 는 홍콩의 왕자웨이 (王家衛) 감독을 연상시키는 감각적인 영상과 영화 속 '시간' 에 대한 탐색으로 일본에서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고정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
'러브 레터' (95년) '피크닉' '스왈로우테일' (96년) '4월의 이야기' (98년)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그는 부유하는 세기말 도시 젊은이들의 정서를 잘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쿄에서 만나기로 한 날, 그는 영화사를 통해 "급한 일로 멀리 나와있어 나갈 수가 없다" 며 서면으로 인터뷰를 하자며 양해를 구해왔다.
소문대로 자신만만함이 지나쳐 건방기마저 느껴질 만큼 답신의 문투는 도도했다.
- 당신 영화는 이미지나 영상의 구성력에 지나치게 기대는 바람에 '감각만 있고 사유가 없다' 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내 영화를 보지않기를 권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걸 듣는 게 가장 싫다.
그런 비판에 일일히 대꾸하는 건 시간 낭비다. "
- 장편영화를 찍기 전에 TV드라마나 MTV의 비디오클립등을 다수 만들 걸로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이 장편영화에 어떻게 도움이 됐나.
"정확히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그런 작업이 없었다면 장편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것이다. "
- 좋아하는 영화나 감독이 있는가.
"내 자신의 영화와 나를 가장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실제로 만들어 보는 게 재미있기 때문에 다른 감독들이 만든 작품에는 별로 흥미가 일지 않는다.
그렇지만 60년대에 일본 영화의 뉴웨이브를 이끈 오시마 나기사 감독은 존경한다.그의 영화적 이력을 보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누를 수 없다.
그런 감독이 일본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
- 90년대 일본의 젊은 감독들에 대해 해외에서 관심이 높다.
이들 중 특별이 누구를 주목하는가.
"나는 일본의 젊은 감독들 영화를 보지 않는다.
흥미도 없다.
밖에서는 일본 영화가 과거의 활기를 되찾으면서 부활하고 있다고 얘기하는 듯 하나 거기에 동감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
-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한 견해는.
"최근 런던에서 한 편을 본 적이 있다.
아기를 출산하는 영화였다 (올해 런던영화제에 초청됐던 박철수감독의 '산부인과' 를 말하는 듯) .마치 자동 소총에서 총알이 튀어나오듯이 갓난 아기들이 연속적으로 태어나는 장면에 압도됐다.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만큼 점차 교류를 확대하는 게 좋다고 본다.
한국의 MTV등을 보면 수준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1세기에는 새로운 영상 세력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
이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