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길 벼룩시장 개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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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조용하고 분위기 있는 현재의 모습이 보존돼야 한다." "파리의 몽마르트 거리 같은 관광명물로 개발해야 한다." 고즈넉하고 세련된 운치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있는 덕수궁 돌담길에 때아닌 벼룩시장 논쟁이 한창이다.

찬반론은 지난해 보행자전용 보도블록이 놓인 대한문~옛대법원 정문앞 2백70m구간에 정동극장측이 최근 벼룩시장을 확대.개설한다는 구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는 당시 10m였던 차도 폭을 7m로 줄이고 보도는 8m로 확장한 뒤 나무를 심어 '보행자 녹화거리' 를 조성했었다.

지난 3월말부터 주말 오후마다 극장안 쌈지마당에 '상설 국제 벼룩시장' 을 열어온 정동극장측은 이 시장에 매주 4천여명이 몰리고 외국인들 사이에도 명소로 소문이 나자 아예 극장앞~덕수궁 대한문 3백여m 보도구간을 벼룩시장으로 삼을 계획을 세운 것. 이미 이달 초순부터 극장 밖 15m까지 벼룩시장이 확장된 상태다.

극장측은 이곳이 인사동 전통문화 거리와 차별되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로 정착됐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벼룩시장으로 확고히 자리잡기 위해서는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사종 (洪思琮.43) 정동극장장은 "외국인이 전체 방문객의 30%정도나 된다.

러시아인의 전통악기인 발랄라이카 연주, 이란인의 아코디언 연주, 캐나다인의 컨트리송 공연 등 주한 외국인들의 무료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며 "단순한 벼룩시장이 아닌 서울의 문화관광 명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장터가 덕수궁길 전체로 넓혀져야 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동교회나 예원학교.이화여고 등 주변의 종교.교육기관들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망친다며 장터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정동교회 서구석 (徐九錫.43) 행정담당 목사는 "정동과 덕수궁은 전통과 고요함, 운치가 어우러지는 분위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 이라며 "떠들썩한 장터는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고 주장했다.

관할 중구청은 양측의 입장이 이렇듯 팽팽하게 맞서자 곤혹스러운 입장. 양쪽 주장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청측도 쾌적한 보행환경이 유지됐던 이곳에 상설벼룩시장이 들어설 경우 노점상 등이 몰려들어 무질서와 혼잡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구청의 한 관계자는 "시민들의 의견과 이곳에 위치한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 조만간 장터 확대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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