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Q&A] “괜스레 남편 의심 마세요 통풍 잘되는 옷 입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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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대 후반의 신혼 여성입니다. 결혼 하고나서 소변 땜에 화장실에 자주가고 아랫배가 아프고 소변 참기가 힘들어 지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혹시 결혼 전에 신랑이 몹쓸 병에 걸려 이 때문에 그렇지 않나 자세히 물어봤으나 신랑은 전혀 그런 적이 없으며, 소변보는 데에도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나쁜 짓할 사람도 아니고 신랑 말을 믿고 싶으나 자꾸 반복되다 보니 신랑이 의심스러워 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 자신한테 문제가 있지 않나 걱정됩니다.

A : 신혼 초에 소변을 보다 갑자기 요도가 화끈거리고 배뇨 후에도 잔뇨가 남아있는 것처럼 시원치 않으며,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소변 량은 많지도 않고 이따금 배뇨 끝에 나온 피가 속옷에 약간 묻으며 심지어는 화장실에서 나오지 못할 정도로 심한 방광염 증세로 병원을 찾는 신부를 가끔 봅니다. 처녀 때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다가 결혼하고 곧장 발생했으므로 사전 지식이 없는 여성이라면 신랑의 불결함을 먼저 의심하여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여성은 남자와 달리 요도입구가 질이나 항문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질 분비물이나 항문에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 세균에 오염되기가 쉽습니다. 또 여성의 요도는 3-4cm로 짧고 넓으며 직선으로 되어 있어 이들 세균이 방광 안으로 쉽게 들어올 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방광염의 주된 원인 균은 장내 세균인 대장균입니다. 신혼 초에 이처럼 방광염을 일으키는 것은 남편의 성병 때문이 아니라 신부의 요도 주위에 오염되어 있던 질 분비물이나 대변속의 세균이 성관계중 질 전벽이 위로 압박을 받으면서 방광으로 역류해 들어가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성관계를 처음 경험하는 여성한테 많이 나타나므로 밀월 여행성 방광염이라고 특별히 구별합니다. 그러나 성경험이 없는 처녀라도 앞서 언급한 여성요도의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목욕 및 수영이나 평상시에도 요도 역류현상이 일어나 방광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방광염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환중의 하나로, 항생제를 3~7일 정도 복용하면 됩니다. 밀월여행성 방광염을 예방하려면 소변의 색깔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물을 많이 마시고, 방광에 소변이 차있지 않으면 감염이 쉽게 되지 않으므로 성관계 전후에 소변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방광염은 성관계를 금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하여 소변을 자주 보고 적절히 약물투여를 하면 수일 내에 치유됩니다. 그 외에 예방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몇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팬티스타킹이나 타이즈와 같이 통풍이 잘 안되는 옷을 오랜 시간 입지 말아야 하며, 팬티는 통기성과 흡수성이 좋은 면제품이 좋습니다. 의자에 앉을 때는 다리를 꼬지 말고, 용변의 뒷처리는 반드시 앞에서 뒤로 해야 하며, 같은 화장지로 두번 닦지 말아야 합니다.

서경근 비뇨기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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