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올가을엔 금강산 가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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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주영 (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금강산 개발을 위한 기업과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빠르면 올 가을에 금강산으로 가는 뱃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성급한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금강산 개발의 일환으로 호텔.골프장.스키장 등을 건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는 우선 유람선 관광사업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89년 鄭회장의 첫 방북 이후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이 가시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현대 외에 통일그룹도 금강산 개발에 적극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 통일그룹의 사실상 '오너' 인 문선명 (文鮮明)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총재는 91년 김일성 (金日成) 주석과 만나 금강산 개발의 대체적인 윤곽에 합의한 바 있다.

지난 5월초 리틀엔젤스 예술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문화재단 박보희 (朴普熙) 이사장은 공개회견을 통해 "금강산 개발은 문선명총재와 김일성주석 사이에 합의된 사안" 이라며 "소규모로 시작해 대규모 건설로, 잠정건설에서 항구적 건설로 넓혀가게 될 것" 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일그룹측은 현대측과의 공동개발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 금강산 개발사업에는 엄청난 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한 기업이 독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측은 혼자 개발에 나서기보다 외국기업과 다국적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생각중이다.

북한당국 역시 자신의 주도하에 한국기업을 비롯해 일본.대만 등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89년 정주영 회장이 방북했을 때 금강산 개발에 합의했듯이 오래전부터 금강산 개발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금강산국제그룹 (회장 朴敬潤) 이 93년 3월 김일성주석에게 직접 제출한 '금강산 관광개발 타당성 조사보고서' 는 금강산 개발계획의 밑그림을 제공했다.

이 보고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해 금강산을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의 종합레저타운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자세히 담고 있다.

북한은 이 보고서를 기초로 현실성있는 분야부터 개발해가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만들어 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은 수백만평.수천만평을 일거에 개발해 금강산에 리조트타운을 세우는 일은 정치.군사적 이유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남북관계의 진전과 외국자본의 투자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정부는 북한측이 현대에 금강산 개발을 허용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금강산과 설악산의 연계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관광공사가 입안중인 금강산.설악산 공동개발방안을 토대로 문화관광부.통일부.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간 의견조율을 거쳐 이 사업을 확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 17일 문화관광부는 금강산과 설악산권의 연계개발사업을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 이 일대를 세계적 관광명소로 육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남북한 관계가 개선될 경우 장기적으로 북한측과 합작여행사 설립 등 합작사업도 가능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금강산관광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에 관광객들의 신변안전 보장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할 것이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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