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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세계를 바꾼 해’선정 … 현대사 영향 준 19대 사건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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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년 전 이란 테헤란 거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6월 3일 사망한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애도하는 인파였다. 그러나 당시 중국 베이징 시민들은 호메이니의 사망 소식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다음 날 중국 인민해방군이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하던 학생들을 무차별 사격해 수백 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1989년은 굵직한 사건들이 세계 곳곳에서 터지며 현대사에 영향을 미쳤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6월 29일자)에서 “1989년은 세계를 바꾼 해”라며 “세계는 역사의 흐름이 바뀐 1989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옛 소련 붕괴로 사회주의가 힘을 잃고 세계화가 확산하며 다국적 기업의 입김이 강해지며 기술 혁명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타임은 현 세계를 형성한 1989년의 19대 사건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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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승리=1989년 11월 동서 냉전의 산물인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미국이 이끄는 자본주의와 소련이 주도하는 사회주의 간의 대결에서 자본주의가 최종 승리한 것을 상징한다. 그해 6월 폴란드에서는 레흐 바웬사가 이끄는 자유노조가 선거에서 압승하며 공산당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 두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를 지배했던 미·소 체제 경쟁이 미국의 승리로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미국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우리가 1989년 목격한 것은 단순한 냉전이나 전후 시기의 종말이 아니다”며 “이는 서구 자유민주주의가 궁극적 정부 형태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선언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득세=호메이니는 사망하기 전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악마의 시』를 지은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에게 이슬람법에서 사형 선고를 뜻하는 ‘파트와’를 결정했다. 이 결정은 이슬람 사회에서 원리주의가 관용을 압도했음을 뜻한다. 서구사회는 반발했으나 이슬람 사회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해 2월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하던 소련군이 철수했다. 소련의 지원이 끊긴 아프간의 사회주의 정부는 이슬람 무장세력인 탈레반 반군에 손을 들고 말았다. 탈레반이 보호하던 테러집단 알카에다는 2001년 9·11 테러를 일으켜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지구촌 경제=중국 정부는 천안문 사태를 통해 중국인들의 민주주의 요구를 탄압하는 대신 경제 발전에 매달렸다. 낙후한 경제를 끌어올려 수백만 명의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공산당에 대한 정치적 불만을 달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 등 아시아 경제도 세계 경제에 더 통합되며 빠른 발전을 이어갔다. 각국이 지구촌 경제에 통합되며 다국적 기업들은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일부 독립국을 웃도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보통신 혁명=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는 1989년 제네바의 연구소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월드와이드웹 기술을 발명했다. 이로 인해 군사용으로만 쓰이던 인터넷을 일반인들도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졌다. 인터넷의 발달은 평범한 사람들을 세계에 접속시켜 정보를 가공할 수 있는 힘을 부여했다. 최근 이란의 선거 불복 시위도 인터넷 단문 서비스인 트위터 등으로 확산됐다. 또 1989년에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처음으로 상용화됐다. 현재 GPS는 휴대전화와 차량 내비게이션 등 생활 곳곳에서 쓰인다.

김민상·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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