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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씨 '정치국 후보위원 불인정' 파장] "유죄 의심 부분 있지만 증거 불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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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21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송두율씨가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부인 정정화씨와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 송두율씨(左)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손을 잡고 울먹이고 있다. [TV촬영 사진]

항소심(2심) 재판부가 송두율씨를 집행유예로 풀어준 데는 그가 북한의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북한 내 최고위직에 속하는 후보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간부 또는 기타 지도적 임무 종사 혐의(3조)'가 적용된다. 법정 최고형은 사형이다.

따라서 이 부분이 송씨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이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가 정치국 후보위원이냐는 논란과 관련해 "유죄를 의심할 만한 부분도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송씨가 자신의 저서에서 김철수(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권력서열 23위)를 가명으로 사용했다고 인정한 부분도 "김일성 장의위원인 자신을 후보위원으로 대우해 준 것으로 생각하고 아무런 의도 없이 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증언▶독일 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소속 북한 공작원 김경필의 보고서▶송씨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 등을 근거로 "송씨가 후보위원 김철수"라고 반박했다.

황씨는 "김용순 대남담당 비서가 '송씨를 위에서 후보위원으로 내세우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김경필의 보고서에도 "황장엽이 탈북하자 송두율이 자신이 지도기관 구성원인 것이 드러날까봐 불안해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송씨가 1991~94년에 밀입북한 부분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인정하면서도 94년 김일성 사망 때 조문을 위해 방북한 것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시 조문을 하면서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지령이나 지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보안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논리다.

또 '북한에 대한 내재적 접근법'과 관련, "일부 저작물의 북한 편향성이 인정되지만 전체 저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고 국가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다"라는 논리로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송씨가 노동당 가입 사실과 친북활동 사실을 대외적으로 철저히 숨기고 자신을 '경계인'이라고 주장한 것은 절대로 넘어서는 안될 자유민주주의의 '경계'를 넘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보안법 제한적으로 해석해야"=재판부는 이날 "국가보안법은 '국가의 존립 및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진보단체들의 주장과 일치한다. 반국가단체 구성 등에 대한 보안법 조항의 경우 '지도적 임무''목적 수행' 등의 표현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법집행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재판부의 지적이다.

김현경 기자<goodjob@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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