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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바바 와인, 스타 건축가·요리사를 섭외하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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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국의 잘나가는 건축가와 요리사를 소개해 주세요.”

이달 초 한국을 찾은 로베르토 바바의 부탁이다. 그는 1911년부터 이탈리아 피에몬테에서 와인을 생산해 온 바바 가문의 4대 손이다. 바바는 매년 각국의 유명 요리사와 건축가를 섭외해 ‘컨셉트 디너(Concept Dinner)’를 연다. 건축가의 ‘설계’와 요리사의 ‘손맛’이 더해진 독창적인 음식을 전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에 자신의 와인과 함께 선보이는 식이다. 그는 “얼마 전 일본 최고의 건축가와 요리사가 만든 메뉴를 긴자(銀座)의 고급 레스토랑에 선보여 호평받았다”고 말했다.

바바는 이탈리아 토착 품종으로 숙성이 잘 안 돼 테이블 와인용으로 평가받던 바르베라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엔 바바가 펼친 아트 마케팅이 큰 힘이 됐다. 그는 바르베라를 담은 와인 레이블에 18세기 생산된 전설의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의 스케치를 담았다(사진). 포도 수확 때는 오케스트라단을 초청해 포도밭에서 공연을 했고, 와인 숙성 때는 태교를 하듯 클래식을 틀었다.

최근 명품부터 가전까지 예술을 활용한 아트 마케팅이 유행이다. 프라다폰·아르마니TV처럼 아티스트들이 직접 제품 디자인에 참여하는 콜라보레이션도 한창이다. 이런 아트 마케팅의 원조가 바로 와인이다. 프랑스 샴페인 페리에 주에는 1902년 아르누보 유리공예가인 에밀 갈레에게 병 디자인을 맡겼다. 이렇게 탄생된 페리에 주에 병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눈으로 마시는 샴페인’이란 애칭까지 붙었다. 페리에 주에는 이후 예술가들과 지속적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펼쳤다. 최근엔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설치미술가 김치호 등 한국 대표 아티스트 15인에게 페리에 주에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맡겼다. 페리에 주에를 수입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이 작품들을 이달 말까지 서울 대치동 갤러리 크링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프랑스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도 아트 마케팅의 선두 주자다. 무통 로칠드는 1945년 이후 매년 샤갈, 달리,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화가들에게 와인 레이블을 맡기고 있다.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승격한 73년 레이블은 피카소가 그렸다. 화가들은 보수로 돈 대신 무통 로칠드 와인을 받는다. 대유와인의 이경희 대표는 “무통 로칠드에선 한국 화가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blog.joins.com/son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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