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우먼]정·재계에 발넓은 강부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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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4대 국회의원.전탤런트협회 부회장 강부자 (姜富子.57) .그의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직함의 전부다.

그렇지만 그가 연예계는 물론 정.재계에 지인이 많아 '연예계의 마당발' 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가 하루에 챙겨야 할 경조사가 많게는 10여곳에 이를 정도. "아침 라디오 생방송과 TV드라마 두개만 출연하고 있는데도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새벽 1~2시에 집에 들어가기 일쑤입니다. "

잠 안자고 일하는 '올빼미족' 이 된 것을 그는 습관 탓으로 돌린다.

"5~6살부터 오전 6시쯤 일어나 동네를 돌아다닌뒤 집에 들어와 동네에 있었던 일을 얘기하곤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저를 '조간신문' 이라 불렀지요. " 정치로 '외도' 를 하게 된 것도 이런 그의 부지런함과 사교성이 한몫했다.

14대 총선때 평소 연예인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했던 정주영 (鄭周永) 국민당 대표가 姜씨를 전국구의원 후보로 적극 권유해 정계에 입문하게 됐던 것. 따르는 후배들도 부지기수. 연기지도는 물론 심지어 언론에 잘못 알려지면 스캔들까지 될 수 있는 남자친구 이야기까지 서슴없이 상담할 정도다.

장래성이 있다고 한번 판단하면 적극 밀어주는 그의 추진력과 의리가 후배들로 하여금 그를 따르지 않고는 못배기게 한다.

"한번은 연출자가 연기력이 부족하다며 한 후배를 캐스팅하기를 꺼렸습니다.제가 볼 때에는 소질이 충분했어요. 그래서 매일 저희 집에 데려가 연기지도를 했습니다. 지금 그 후배는 톱스타예요. " 그의 적극 지도로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후배만도 열손가락을 넘을 정도라는 후문이다.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그의 생활은 무척 철저하다. 방송 녹화 준비를 할 때 그가 지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본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외운다.

이런 그의 준비자세 때문에 젊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어려운 선배' 로 통한다. 그렇지만 어쩌다 술자리에 가면 분위기를 돋우는 것은 그의 차지다.

웬만한 남자연예인 못지 않은 그의 술 실력은 이미 연예계에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그에게도 힘든 시절이 있었다.

"큰 아들을 낳은지 20일만에 방송에 출연했었지요. 제왕절개로 둘째 딸을 낳은 후엔 방송국 사정상 불과 일주일만에 일주일치 연속극을 녹화해야 했어요. 그때에는 내가 왜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습니다." 환갑을 눈앞에 뒀지만 20~30대 못지 않은 정력적인 활동으로 '독일탱크' 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진정한 연기자' 로 사람들의 가슴에 남는 것이 꿈이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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