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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40명 대구서 1박2일 병영체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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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충성! 신고합니다. 소년병 40명은 천구백구십팔년 유월 십육일부터 동월 십칠일까지 병영체험을 명 받았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17세 이하의 어린 나이로 참전했던 육순 (六旬) 의 소년병 40여명이 16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대구 50사단에 입소했다.

군복으로 갈아입은 노병 (老兵) 들은 연병장에서 제식훈련을 받은뒤 후배장병들을 사열하며 장렬히 산화한 전우들의 넋을 기렸다.

이들이 입소한 것은 '6.25' 48주년을 맞아 다음달 15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올해 처음으로 갖는 순국소년지원병 합동위령제에 참가에 앞서 새로이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걸음걸이가 예전같지 않고 숨은 가빴지만 노병들은 늦게나마 위령제가 열리게 돼 이제야 먼저 간 전우들에 진 빚을 갚게 된 듯 마음만은 가벼웠다.

'6.25참전 소년병 동지회' 안봉근 (安奉根.63) 사무총장은 "소년병은 학도병과 달리 전사 (戰史)에도 기록되지 않아 오랫동안 존재가 잊혀져왔다" 며 "48년이 지났지만 위령제를 올리게 돼 먼저 간 전우들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게됐다" 고 눈시울을 붉혔다.

소년병은 6.25 당시 징집대상도 아니면서 자원해 참전한 만 14~17세의 어린 병사들로 당시 꽃다운 나이에 이름없이 전선에서 숨진 소년병은 줄잡아 9백~1천여명. 이들 대부분은 6.25 당시 가장 치열했던 다부동 전투에서 희생됐다.

동지회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5월. 현재 회원은 모두 85명이다. 병영훈련에 참가한 김완식 (金浣植.65) 씨는 6.25 당시 16세였다.

영천전투에 참가한 金씨는 "나이가 어려 안받겠다고 해 혈서까지 쓰고 전투에 참여했다" 며 "당시엔 교복을 입은 채 1주일간 훈련받고 바로 전선에 투입돼 군복을 입고 받는 정식훈련은 오늘이 처음" 이라고 말했다.

철원전투에 참가했다는 조상교 (趙相敎.64) 씨는 "당시에도 '빽' 없는 사람들이 군에 갔다" 며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권력층 자제의 병역비리는 있을 수 없는 일" 이라고 꼬집었다.

동지회 박태승 (朴泰承.65) 회장은 "먼저 간 동지들은 추모해줄 자식들도 없다" 며 "늦었지만 합동위령제에 이어 잊혀진 소년병들을 위한 기념탑 건립과 교과서에 기록하는 일 등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며 군복 위로 밴 땀을 닦았다.

칠곡 =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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