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암살필름 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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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존 F 케네디 전 미대통령의 암살 순간을 담은 26초짜리 필름의 가격을 두고 미 정부와 필름 소유자 사이에 신경전이 한창이다.

케네디가 저격당한 63년 11월22일 에이브러햄 제프루더라는 의류 제조업자가 현장에서 촬영한 이 필름은 미국 역사상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록의 하나로 간주돼 75년부터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중히' 보관돼 있다.

그러나 소유권은 사망한 제프루더의 유족이 지니고 있는 상태. 그런데 지난해 '케네디 암살기록 조사위원회' 가 이 필름을 암살현장을 전하는 공식 자료로 지정함에 따라 오는 8월1일부터는 국가재산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 법무부는 제프루더의 유족으로부터 소유권을 사들여야 하지만 법무부가 책정한 가격과 유족들이 기대하는 가격 차이가 너무 커 분쟁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필름가격으로 75만달러 (약 10억5천만원) 를 책정하고 있으나 제프루더의 유족들은 정부 제시 가격의 25배에 달하는 1천8백50만달러 (약 2백60억원) 를 요구한 것이다.

유족들은 케네디가 사용하던 담배상자 하나가 57만4천5백달러 (약 8억4백만원) , 책상이 1백34만달러 (약 18억7천만원)에 팔린 예를 들며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증거하는 귀중한 자료를 헐값에 넘길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가격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빌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 변호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 최고의 거물 변호사 로버트 베넷을 고용하는 등 절대로 필름을 헐값에 넘길 수 없다며 투지를 다지고 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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