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삼성화재배 준결승을 끝내고 KTX를 타고 올라오며 이세돌 9단과 맥주를 마시던 때가 떠오른다. 장난기 많고 시원시원한 이세돌. 초롱초롱한 눈을 지닌 이세돌. 그는 지난 18일 중국리그에 출전하려고 항저우 공항에 내렸다가 열이 높아 새벽까지 격리되는 바람에 대국을 포기했다. 그는 체온이 37도였는데(신종 플루 때문에 37.5도부터는 입국 불허라고 한다) 이번 사태 때문이구나 싶어 또 한번 슬퍼졌다. 과연 뫼비우스의 띠를 풀 묘수는 없는 것일까.
이세돌 9단은 백△로 차단해 중앙 흑을 공격한다. 쫓기던 백이 이젠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추궁하고 있다. 123으로 달아나자 잠시 계가에 몰두하던 이세돌은 더 이상 쫓지 않고 반상 최대의 126에 발을 돌린다. 이것으로 흑집은 대략 60집. 백집도 줄잡아 60집. 덤 정도 불리한 흑이 이를 만회할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