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중학교 여학생들이 19일 자전거로 등교하고 있다. 이런 광경은 남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남원=프리랜서 오종찬]
회사원 임마중(25·여)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15년간 타온 자전거는 생활 필수품”이라며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거나 몸매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했다.
남원은 호남 제일의 자전거 도시다. 한 집에 평균 1~2대씩 자전거가 있다. 남원시 전체 가구 수는 3만5000여 가구, 자전거 보유대수는 4만여 대에 이른다. 특히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조남도 남원시 자전거 담당은 “전체 자전거 이용자 중 여자가 절반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인 데다, 시내 생활권이 반경 2㎞ 안에 들어 있어 자전거 이용이 활발하다. 20~30분만 자전거를 타면 시장·관공서·학교 등 어디든 갈 수 있다. 10여 년 전 자전거 시범도시로 선정돼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폭 15m 이상의 도로는 의무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다. 4차로 이상인 차도는 양편에 각각 폭 2m가 넘는 자전거 도로가 인도 옆에 따라 붙는다.
최중근 남원시장은 매일 새벽 5시부터 2시간 동안 남원 시내 골목을 누비는 ‘자전거 투어’를 한다. 바닥 시정을 살피고 건강을 다지기 위해 3년 전 시작했다. 자전거 투어에는 도로·건설·청소·조경 등 각 분야 공무원 5명이 동행해 ‘새벽의 5총사’로 불린다. 최 시장은 “시민의 건강 증진과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원시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연계한 자전거 관광·레저 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장수~남원~곡성으로 이어지는 33㎞ 구간의 섬진강변 자전거 네트워크 사업은 2013년 마무리된다. 지리산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309㎞의 둘레길도 조성한다. 전북 남원·장수와 전남 곡성·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 3개 도, 7개 시·군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원=장대석 기자
김완주 전북지사 “지자체 자전거 사업, 정부가 지원해줘야”
“대중교통시스템의 획기적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도시를 차량 통행 위주로 개발해 왔다면, 이제는 녹색성장 시대에 걸맞게 사람·자전거 중심으로 확 뜯어고쳐야 합니다.”
김 지사는 “자전거 정책은 생활 밀착형과 관광·레저형 등 투 트랙으로 방향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생활 자전거는 학생과 직장인·가정주부 등이 탈 수 있도록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30분 안팎의 거리에 학교·직장·은행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 저절로 자전거 도시가 구축된다는 게 지론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생활화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지사는 “현재 전국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용지·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섞여 다니는 겸용 도로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광·레저 자전거 도로의 경우 외딴 길이 아니라 도시 근교의 산·강 주변에 코스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전주시의 경우 시내에 있는 건지산이나 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모악산과 연계한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2005년부터 자전거 업무가 지방으로 넘어와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살림이 빠듯한 지자체가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전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사업으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