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춘향 고을 남원에 여성 바이커 물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남원중학교 여학생들이 19일 자전거로 등교하고 있다. 이런 광경은 남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남원=프리랜서 오종찬]

학교와 한전·농협 등이 몰려 있는 전북 남원시 향교동 오거리. 아침 출근 때나 저녁 퇴근 무렵이면 직장인과 학생들의 자전거 물결이 장관이다. 인도에 폭 2~3m 크기로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에선 여성들의 모습이 압도적이다. 치마를 입은 채 페달을 굴리는 여학생, 얼굴이 탈까 봐 모자를 눌러쓴 여성 직장인, 무·배추를 싣고 시장으로 달려 나가는 농촌 할머니가 무리를 이뤄 달린다.

회사원 임마중(25·여)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15년간 타온 자전거는 생활 필수품”이라며 “헬스클럽을 다니면서 운동을 하거나 몸매 관리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자랑했다.

남원은 호남 제일의 자전거 도시다. 한 집에 평균 1~2대씩 자전거가 있다. 남원시 전체 가구 수는 3만5000여 가구, 자전거 보유대수는 4만여 대에 이른다. 특히 여성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조남도 남원시 자전거 담당은 “전체 자전거 이용자 중 여자가 절반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은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인 데다, 시내 생활권이 반경 2㎞ 안에 들어 있어 자전거 이용이 활발하다. 20~30분만 자전거를 타면 시장·관공서·학교 등 어디든 갈 수 있다. 10여 년 전 자전거 시범도시로 선정돼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폭 15m 이상의 도로는 의무적으로 자전거 도로가 설치돼 있다. 4차로 이상인 차도는 양편에 각각 폭 2m가 넘는 자전거 도로가 인도 옆에 따라 붙는다.

최중근 남원시장은 매일 새벽 5시부터 2시간 동안 남원 시내 골목을 누비는 ‘자전거 투어’를 한다. 바닥 시정을 살피고 건강을 다지기 위해 3년 전 시작했다. 자전거 투어에는 도로·건설·청소·조경 등 각 분야 공무원 5명이 동행해 ‘새벽의 5총사’로 불린다. 최 시장은 “시민의 건강 증진과 관광객 유치,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원시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연계한 자전거 관광·레저 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장수~남원~곡성으로 이어지는 33㎞ 구간의 섬진강변 자전거 네트워크 사업은 2013년 마무리된다. 지리산을 자전거로 한 바퀴 도는 309㎞의 둘레길도 조성한다. 전북 남원·장수와 전남 곡성·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 등 3개 도, 7개 시·군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남원=장대석 기자 ,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김완주 전북지사 “지자체 자전거 사업, 정부가 지원해줘야”

“대중교통시스템의 획기적 발상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도시를 차량 통행 위주로 개발해 왔다면, 이제는 녹색성장 시대에 걸맞게 사람·자전거 중심으로 확 뜯어고쳐야 합니다.”

김완주(사진) 전북지사는 일찌감치 자전거와 인연을 맺었다. 전주시장(1998~2006) 시절 집에서 시청까지 5㎞를 일주일에 세 번씩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원조 자출족’인 셈이다. 당시 그는 “전주를 전국 최고의 자전거 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전주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전주천·삼천을 매일 새벽 자전거로 돌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어 시내 대부분의 도로마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고 범시민 자전거 타기 운동을 벌였다. ‘자전거 시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열정적인 노력 덕분에 전주시는 자전거인상, 전국 자전거 경진대회상을 타기도 했다.

김 지사는 “자전거 정책은 생활 밀착형과 관광·레저형 등 투 트랙으로 방향을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생활 자전거는 학생과 직장인·가정주부 등이 탈 수 있도록 편리하고 안전한 자전거 도로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30분 안팎의 거리에 학교·직장·은행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면 자전거 인구가 늘어나 저절로 자전거 도시가 구축된다는 게 지론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생활화는 도시계획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지사는 “현재 전국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용지·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보행자와 자전거가 함께 섞여 다니는 겸용 도로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광·레저 자전거 도로의 경우 외딴 길이 아니라 도시 근교의 산·강 주변에 코스를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전주시의 경우 시내에 있는 건지산이나 차로 20~30분이면 갈 수 있는 모악산과 연계한 코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2005년부터 자전거 업무가 지방으로 넘어와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살림이 빠듯한 지자체가 예산을 제대로 투입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전거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 지원사업으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워크홀릭 이벤트 페이지' 바로가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