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까지, 2000승 … ‘자키의 전설’로 남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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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종이 세운 1500승은 현 정상급 기수들이 앞으로 10년간 매년 100승씩을 올려야 가능한 대기록이다. 사진은 1위로 골인하며 환호하는 박태종 기수. [중앙포토]

올해로 탄생 60년을 맞는 한국경마 역사에 최소한 10년 이상은 깨지지 않을 대기록이 수립됐다. 주인공은 ‘경마 대통령’ 박태종(44) 기수다. 박태종은 20일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제3경주에서 ‘제이스턴’과 함께 우승을 일궈내며 개인 통산 1500승을 달성했다. 1987년 4월 1일, 13기로 경주로에 데뷔한 뒤 22년2개월 만에 세운 전인미답의 기록이다. 박태종은 이날 자신의 대기록 달성을 자축하듯 이후 3승을 보태 통산 승수를 1503승으로 늘렸다.

◆최소한 10년간은 범접 못할 대기록=통산 승수에서 박태종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수는 851승의 김효섭(44)이다. 그러나 김효섭 기수는 다음 달 1일부터 조교사로 변신할 예정이어서 승수 쌓기가 사실상 끝난 상태다. 현재 추세로 볼 때 박태종의 기록에 다가설 것으로 기대되는 기수는 문세영(407승·29세), 조경호(404승·33세) 등이다. 소위 잘나가는 젊은 기수들이다. 하지만 모두 400승대에 머물러 있어 매년 100승 이상을 10년간 해야 박태종의 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 기복 없이 매년 100승을 달성한다는 것은 프로야구로 치면 투수가 해마다 20승씩 10년간 기록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어 박태종의 기록은 최소 2020년까지는 난공불락일 가능성이 크다.


◆강한 하체로 말의 능력 100% 뽑아내=박태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철저한 자기 관리다. 그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오후 9시에 자고 오전 4시에 일어나는 일상을 어겨본 적이 없다. 새벽 조교(주로상에서 말에게 달리기 훈련을 시키는 것)를 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일찍 잠자고 새벽에 일어나 세 시간가량 조교하는 일을 20년 이상 계속해 온 것이다.

새벽 조교 후 개인운동→점심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하며 꾸준하게 자기 관리를 해온 것이 1500승 비결이다. 홍대유 조교사는 “다른 기수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말 타는 것과 집, 운동 외에는 다른 생활이 없다”고 그를 평가했다. 또 자신이 기승할 마필과 상대 마필들의 기량을 매일 꼼꼼히 분석하고 강인한 하체 힘으로 마필의 능력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도 다른 기수들이 쉬 따라올 수 없는 능력이다. 고삐를 당겼다가 놔주며 말을 추진할 때는 엄청난 힘이 필요한데, 박태종은 골인 지점까지 이 파워를 유지하며 경주마가 갖고 있는 잠재력을 100% 나올 수 있게 해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교사들이 그를 가장 신뢰해 온 이유다.

◆평균 승률 15%의 ‘경마 대통령’=박태종이 데뷔 후 출전한 경주는 모두 9658회다. 이 중 1503회를 우승한 것이다. 22년간 평균 승률이 15%를 넘는다는 얘기다. 다른 기수들의 평균 승률이 5~6%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현재 그의 나이는 우리 나이로 45세다. 마사회 규정에 따르면 만 60세까지 기수면허를 취득할 수 있어 그가 앞으로 뛸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15년가량이다. 자신도 인터뷰 때마다 “환갑까지 말을 타고 싶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말밖에 모르는 그의 지독한 노력과 정신력을 감안할 때 환갑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10년은 더 말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부상이라는 돌발 변수만 없다면 최근 5년간 평균 100승가량을 해 온 그의 기량으로 미뤄 2000승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표는 2000승=박태종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 경마밖에 없었고 그것만 생각하다 보니 1500승까지 온 것 같다. 요즘 후배들은 기수 양성소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나와 실력이 좋다. 젊은 후배들이 최근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어 나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특히 성실한 세영이가 내 기록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조교사 개업보다는 현역 생활을 늘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 누구도 깰 수 없는 기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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