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꼴불견으로 가는 '이경규가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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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삼류 개그와 상식 이하의 돌출 행동이나 하려고 프랑스에 갔나" (유니텔 카리타스) "한 편의 질 낮은 코미디가 나라 망신을 다 시킨다" (천리안 fishnara) 7일 방송된 MBC -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 - 이경규 가 간다' 는 시청자들을 매우 짜증나게 만들었다.

월드컵 준비 상황과 우리 대표팀의 프랑스 입성에 동행하기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간 '이경규…' 팀 (연출 김현철) 은 '꼴불견 냉장고' 수상감이었다.

무엇보다 언짢았던 대목은 기준 미달의 매너. 온 가족이 시청하는 시간에 어린이들이 '어글리 코리언' 의 전형을 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약속도 않고 마구잡이로 멕시코팀을 찾아가 카메라를 들이대며 억지 개그를 일삼고, 엉뚱하게 상점에서 여자들을 희롱하기도 했다.

월드컵 테마파크에서 진열된 음식을 몰래 집어먹다 들켜 음식물을 내뱉는 장면을 보여주는 한편 위험하게 자동차 안에서 라면을 끓이고 지저분하게 먹는 대목 등, 이 모두가 억지 웃음을 위한 '추태 모음집' 이나 다름없었다.

그간 교통문화.청소년보호법 지키기 캠페인 등을 통해 이 프로가 가지고 있던 건강하고 흐뭇한 웃음의 시간은 한순간에 퇴색해 버린 느낌이다.

그런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막대한 돈을 써가며 위성을 사용하고 제대로 거르지도 않은 영상을 황금시간에 아무렇게나 내보내는 것은 전파 낭비 그 자체였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형편도 아랑곳 않고 불필요한 코미디를 연출하기 위해 외화를 낭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담당 송창의 부장은 "카메라 앞에서 일어나는 즉흥적인 상황을 만들려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며 "불쾌감을 주는 행동과 언행을 자제하고 보다 신중하게 하도록 주의를 줬다" 고 밝혔다.

볼썽사나운 '이경규…' 가 앞으로 한 달간 프랑스에서 어떤일을 저지르며 어디까지 가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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