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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엔화약세로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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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시아 경제가 엔화 약세에 따라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아시아 각국 통화의 동반하락이 시작되면서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경우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대두되고 있다.

대만.싱가포르 등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안정됐던 시장이 동요하고 있는데다 위기수습 단계에 들어선 태국.인도네시아 시장도 환율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1백50~1백60엔대까지 계속 하락하면 아시아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으로 인식돼온 중국 위안 (元) 화의 평가절하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걱정 섞인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대만 달러의 통화가치는 8일 미 달러당 34.620까지 폭락했다.

지난주말 달러당 34.416을 기록한데 이어 이틀째 11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타이베이 (臺北) 증시의 가권 (加權) 지수도 지난주말보다 45.46포인트 떨어진 7, 591.27로 마감했다.

싱가포르 달러도 이날 미 달러당 1.7125로 주저앉았다.

이와 관련, 리콴유 (李光耀) 선임총리는 최근 "엔화가치가 더 떨어지면 중국 정부에 위안화를 절하토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환율 방어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특정 상황하에서는 대규모 외환보유고로도 막기 어려운 상태가 도래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태국 바트화 역시 8일 달러당 43.80바트를 기록, 지난 3월10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바트화 환율 방어가 동남아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환율도 이날 달러당 1만1천7백을 기록하면서 지난주말에 이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밖에 말레이시아 링깃화, 필리핀 페소화도 이날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시아 교역이 이미 축소 균형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장성이 발표한 3월중 일본의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경상수지 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43.8% 급증했지만, 아시아에 대한 수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대일 (對日) 수출도 엔 약세.일본 내수 침체로 3.4% 줄어들었다.일본이 아시아 경제위기의 방파제 역할이 아니라 거꾸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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