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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값으로 측정한 적정 환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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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26면

분기 말이면 한국의 기업들은 환율 동향에 부쩍 신경을 곤두세운다. 수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매 분기 마지막 날의 환율이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경제 사정이 안 좋았던 올 1분기 기업들이 예상 밖의 ‘깜짝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한때 달러당 1600원에 근접했던 원화가치 하락이 큰 몫을 했다. 원화가치가 1200원대까지 높아진 최근엔 경제단체들로부터 ‘적정 수준 유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해외유학 중인 자녀를 뒀거나 여행·연수를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겐 원화가치 하락이 유리하다. 달러당 900원에 머물던 몇 해 전을 ‘정상’으로 느끼는 사람이 아직 많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빅맥지수

이해관계가 이렇게 팽팽하게 엇갈리다 보니 정부는 항상 ‘적정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쓴다. 외환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정부 관계자가 ‘상승(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적정 환율은 1200~1300원’ 등의 발언을 내놓는다. 그러나 어느 정도가 적정 수준인지를 가늠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누가 어떻게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빅맥지수는 쉽고 직관적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해 나왔다. 1986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개발해 분기별로 발표한다. 집계 방식은 단순하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맥도날드 매장에서 팔리는 빅맥 햄버거 값을 달러로 환산해 비교한다. 재료와 크기가 같은 상품을 구입하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와 물가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는 논리다. 1분기 국내 빅맥 가격(3300원, 2.39달러)은 미국(3.54달러)보다 32% 낮았다. 3년 전인 2006년 1분기(2900원, 3달러)에 미국(2.71달러)보다 11%가량 높았던 게 역전됐다. 원화가치가 그만큼 많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현재 국내 빅맥 가격(3300원)을 미국 판매가격(3.54)으로 나눈 빅맥 환율은 달러당 932원 선이다.

비슷한 지표론 ‘라떼지수’가 있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품목인 ‘카페라떼’의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비교하는 지수다. 국내 대표적인 상품을 활용한 ‘신라면지수’‘초코파이지수’도 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한때 각국의 물가와 구매력 수준을 비교하는 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애니콜’ 가격을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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