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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2위 CJ ‘1위 탈환’ 선언에 GS ‘고급화 전략’ 맞대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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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호 24면

19일 오전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CJ오쇼핑 방송 스튜디오. ‘40만원 세일’이란 글자가 화면을 꽉 채운 대형 전광판을 배경으로 쇼호스트 김민향(36)씨가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의 귓속 이어폰으로 PD의 ‘큐 사인’이 떨어지자 60분짜리 생방송이 시작된다.

이날 선보인 제품은 이순용 귀금속공예 명장의 자수정 반지(23캐럿)와 귀걸이(5캐럿짜리 2개) 세트. “와우~. 반지가 정말 크죠. 지금까지 139만원에 팔던 것을 오늘 방송에 한해 40만원 할인한 99만원, 무이자 12개월 할부로 드립니다.” 쇼호스트 경력 13년의 김씨가 반지 낀 손을 이리저리 돌려 보이며 경쾌한 목소리로 제품을 소개하자 주문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한다. 특별 손님으로 출연한 보석감정사 박지완씨는 감정서를 내보이며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카메라는 무대 주변을 회전하며 제품의 전후좌우를 비춘다.

부조종실에서 방송을 진행하던 공세현 PD는 앞에 놓인 모니터로 주문접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방송이 나가는 동안 판매한 제품은 모두 430여 세트. 한 시간 만에 약 4억3000만원의 판매고를 올린 것이다. 공 PD는 “평상시 한 시간에 60세트 정도 나가던 제품인데 ‘40만원 할인’을 내걸었더니 7배 이상으로 판매량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름철은 야외활동이 많고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 전통적으로 홈쇼핑의 비수기”라며 “이럴 때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면 파격 할인 같은 강한 임팩트(충격)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홈쇼핑 업계 ‘만년 2위’에 머물던 CJ오쇼핑이 올 2월 초 이해선 대표의 취임 이후 공격적 마케팅으로 1위 GS홈쇼핑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3년 6조원 거래규모(취급액) 달성’이란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거래규모가 1조7000억원(해외 포함)인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동안 연평균 30%의 고성장을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GS는 “외형 경쟁은 하지 않겠다”며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지난 10여 년간 줄곧 선두를 유지한 저력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다. 올 1분기에도 GS는 4305억원어치의 상품을 팔아 ‘외형(거래규모)’으로는 CJ(3892억원)를 훨씬 능가했다. 대신 남의 상품을 팔아주고 받은 수수료와 자체 조달한 상품 판매를 합친 매출에선 GS(1566억원)와 CJ(1510억원)의 차이가 56억원으로 좁혀졌다. 주력 사업인 TV홈쇼핑의 매출에선 CJ(1141억원)가 GS(1088억원)를 약간 앞섰다.

CJ의 서정 상무는 “TV홈쇼핑에서 GS와 차이를 계속 벌려나가 확실한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GS의 조성구 상무는 “단기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고객이 진정으로 가치를 느끼는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CJ “시가총액으로 GS 압도”
온라인쇼핑협회에 따르면 국내 TV 홈쇼핑의 시장 규모는 연간 약 4조원, 인터넷 쇼핑은 20조원에 달한다. GS는 지난해 TV 홈쇼핑에서 9745억원, 인터넷에서 5434억원어치를 팔았다. CJ의 거래규모는 TV 홈쇼핑 8737억원, 인터넷 3888억원이었다.

두 회사는 1995년 8월 각각 한국홈쇼핑(현 GS홈쇼핑)과 삼구쇼핑(현 CJ오쇼핑)이란 이름으로 나란히 홈쇼핑 방송을 시작했다. 그런 만큼 영업 스타일과 매출 구조 등에서 공통점이 많다. 현재 두 회사의 매출 구조는 100원어치의 제품을 판다면 ▶케이블·위성 TV 홈쇼핑 방송 60원 ▶인터넷 쇼핑몰 30원 ▶카탈로그(소책자) 쇼핑 등 기타 사업 10원꼴로 돼 있다.

그런데 케이블·위성TV 가입자가 1700만 명 수준으로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성장세지만 워낙 경쟁자가 많은 탓에 두 회사의 인터넷 쇼핑몰인 ‘GS이숍’이나 ‘CJ몰’의 입지는 넓지 않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미래 성장전략을 ▶TV홈쇼핑 시장에선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에 맞추고 있다. 이 중 해외 시장 진출에선 CJ가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CJ는 국내 홈쇼핑 업계 최초로 2004년 중국에 진출, 상하이미디어그룹과 합작으로 ‘동방CJ홈쇼핑’ 방송을 개국했다. 동방CJ홈쇼핑은 지난해 2100억원어치의 상품을 팔았고, 올해는 4000억원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중국 톈진(天津)에, 올 3월에는 인도에 합작법인을 세웠으며, 조만간 베트남·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진출도 검토 중이다. 2013년엔 해외 시장에서 3조5000억원의 매상고를 올리는 게 CJ의 목표다.

이 회사 이해선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파이를 더 먹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혁신적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그 핵심은 글로벌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초 ‘변신’을 내세우며 회사 이름을 ‘CJ홈쇼핑’에서 ‘CJ오쇼핑’으로 바꿨다. 회사의 정체성을 집에서 쇼핑을 한다는 ‘홈쇼핑’으로 제한하지 않고 알파벳 오(O)가 함축하는 다양한 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의미다.

증시에선 이 회사의 해외 시장 진출과 변신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이 회사의 주가는 19일 현재 7만6600원으로 지난해 말(3만9300원)에 비해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증시에서 평가하는 기업 가치(시가총액)는 19일 8432억원으로 GS홈쇼핑(4469억원)을 압도하고 있다. 다만 이 회사는 오리온그룹 방송 계열사인 온미디어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어 앞으로 주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GS “ 홈쇼핑=싸구려 편견 깬다”
GS는 국내 홈쇼핑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에서 보기 어려웠던 고급 브랜드를 선보이는 ‘프리미엄 전략’이다. ‘홈쇼핑은 싸구려’라는 편견을 깨고, 소득 수준이 높은 중상류층을 집중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판매상품 리스트에 앙드레 김 침구세트, 까사미아 가죽 소파, 캘러웨이 골프클럽 등을 추가했다.

프리미엄 제품에 대해선 방송 프로그램의 내용도 바꿨다. ‘파격 할인’이니 ‘사은품 증정’ 같은 표현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차분하게 제품의 특징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싸구려 티’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사 임원호 상무는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베스트 브랜드를 적극 유치해 홈쇼핑 판매 상품의 고급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가 판매 중인 ‘조성아 루나’란 색조 화장품 세트는 ‘루나 이펙트(효과)’란 말을 만들어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18일 오전에는 제품의 주인공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씨가 직접 방송에 나와 여름 신상품(6만9000원)을 소개하며 화장법 시범을 보였다. 1시간 방송 판매량은 4100세트. 1분에 70개가량씩 팔린 셈이다.
이 회사 신진호 차장은 “계절별로 제품 구성을 달리한 ‘조성아 루나’는 현재까지 80만 세트가 팔렸다”며 “이런 추세라면 올가을에는 100만 세트 판매를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홈쇼핑 방송 14년 역사에서 100만 개 이상 팔린 ‘밀리언 셀러’는 지금까지 3~4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GS도 2005년 중국에 진출, 충칭GS쇼핑이란 현지법인을 세웠다. 지난해까지는 초기 시장 진입 비용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올해부터 흑자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칭(重慶)은 CJ가 진출한 상하이에 비해 아직 시장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이 GS의 설명이다.
 
‘다크호스’ 현대도 맹추격 중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2001년 홈쇼핑 방송을 시작한 현대·롯데·농수산홈쇼핑 3개사다. 특히 현대백화점 계열인 현대홈쇼핑이 빠르게 성장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140억원으로 전년보다 14% 성장했다. 올 상반기에도 20% 넘는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에선 지난해 859억원으로 GS(819억원)나 CJ(873억원)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현대홈쇼핑은 모회사인 백화점과 연계한 마케팅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과거 백화점에서나 보던 해외 명품 등을 홈쇼핑에서 선보이고, 서비스도 백화점 수준으로 높인 것이 고객을 끌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임현태 팀장은 “후발 주자여서 조직은 작지만 효율적 경영과 전략적 마케팅 활동으로 해마다 높은 신장률을 기록 중”이라며 “올 들어 식품·생활용품 등 불황을 타지 않는 상품 구성을 늘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도 2007년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을 인수, 본격적으로 홈쇼핑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직 4위에 머물러 있지만 상위 3사와 차이를 계속 좁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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