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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덮친 열대야… 대구·포항, 밤마다 26~27도 '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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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열대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시민들이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앞 잔디밭에 모여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

장마가 끝나면서 본격 무더위가 시작됐다. 밤에는 다시 열대야 현상이 이어진다. 대구.포항은 19, 20일 이틀 연속 열대야가 계속됐다. 20일 아침 최저기온이 대구 26.6도, 포항 27.2도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13일에 이은 세번째 열대야다. 오후 10시 전후 기온도 26~27도로 높았다.

20일 대구의 낮 기온은 34도로 올 들어 최고였다. 19일엔 대구 33.9도, 포항 34.6도였다.

습도(77%)까지 높아 요즘 한낮의 불쾌지수는 80을 넘나들고 있다.

더위 탈출="이열치열(以熱治熱)이 최고죠." 19일 오후 8시30분쯤 팔공산 갓바위 등산로에서 만난 회사원 김모(43.대구 북구 복현동)씨의 더위 탈출법이다.

김씨는 요즘처럼 더운 날엔 야간 산행을 한다고 했다. 김씨는 "옷이 흠뻑 젖도록 한두시간 땀을 흘리면 더위는 온데 간데 없고 잠도 잘 온다"고 말했다. 갓바위엔 이날 등산객의 발길이 밤늦도록 이어졌다.

회사원 이종호(42.포항시 죽도동)씨는 20일 새벽 북부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돗자리를 폈다. 전날 34.6도(전국 최고기온)의 폭염에 달아오른 양옥집이 쉬 식지 않은 데다 열대야까지 겹쳐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구 두류공원내 야외음악당 잔디밭(7000평)에는 평일 1500여명 안팎의 인파가 몰린다. 자리를 깔아 잠을 청하거나 미리 준비한 음식.음료수 등을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하다. 대구 수성못 주변과 월드컵경기장 일대는 열대야를 피해 나온 시민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돗자리를 깔고 수박 등 과일을 먹거나, 가족끼리 나와 잠을 청하는 사람도 많다. 수성구 범물동 야산 골짜기인 진밭골에도 발 디딜 틈이 없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이 뒤엉켜 경찰관이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다.

냉방용품은 대목=선풍기.에어콘은 불티나게 팔린다. 할인점 홈플러스 대구점의 경우 장마철 하루 평균 100대 정도 팔리던 선풍기가 18일 이후 하루 130여대가 나가고 있다. 에어콘은 평균 10대에서 20~25대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다른 할인점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상 예보=한 민간연구소는 올 여름은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 최근 10년 동안 최고 무더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기상대도 "7월 하순~8월 상순에는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 무더운 날이 많고 8월 중순 이후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예보했다. 기상대의 한 관계자는 "올 여름은 냉방용 전기의 수요 폭증으로 에너지 부족사태를 빚은 1994년처럼 폭염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 열대야(熱帶夜)=하루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밤에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너무 더워 사람들이 잠을 청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한다. 대구에서는 2003년 1일, 2002년 10일, 2001년 26일, 2000년 11일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1994년에는 33일간 지속돼 열대야가 가장 많았던 해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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