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 약해 투표율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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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누굴 찍었는지도 모르지만 누가 됐는지도 잘 몰라요. "

인천시 계양구 작전3동에서 미용실을 경영하는 김민 (金敏.37.여) 씨는 7일 "마지못해 투표는 했지만 투표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고 심드렁하게 말했다.

계양구는 지난 4일 지방선거에서 전국 최저인 40.1%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체 선거인 20만6천여명 중 8만2천여명만이 투표한 것. 인천 공선협 최문영 (崔文榮) 사무국장은 "인천은 자족적 도시기능이 미흡한 '베드타운' 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주민들의 지역에 대한 소속감.참여의식이 약하다" 고 말했다.

계양구뿐 아니라 부평구 갑 (40.2%).남동구 갑 (40.9%).연수구 (41.3%) 등 아파트 밀집지대의 투표율이 특히 저조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토박이 정서가 강한 인천시옹진군의 경우 전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투표율 (82.4%) 을 보였고 강화군도 67.7%로 비교적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계양구 '계산 신도시' 내 L공인중개사사무소 정구남 (鄭求南.45) 씨는 "단지 주민 대부분이 맞벌이인데다 서울을 생활권으로 하고 있어 지역 소속감이 약하다" 고 말했다.

계양구는 상대적으로 정치에 관심이 적은 20~30대가 유권자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점도 '낮은 투표율' 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계산신도시 아파트단지 우유배달원 李모 (35.여) 씨는 "내 구역의 1백20가구중 선거일인 4일부터 나흘간 우유를 넣지 말라고 한 집이 40여 가구나 된다" 며 "젊은층이 많아선지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정치인들의 당적 (黨籍) 변경이 유난히 많았다는 점도 '정치 무관심' 조장에 한몫 했다.

최기선 (崔箕善) 인천시장뿐 아니라 이익진 (李翼振) 계양구청장 등 7명의 기초단체장이 모두 한나라당에서 국민회의.자민련으로 말을 갈아타고 출마해 당선됐다.

인천 =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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